오만의 끝은 어디일까. 멀리 그리스 시대에도 인간의 오만은 늘 경계 대상이었다. 신의 영역을 넘보는 인간의 오만함에 그리스인들은 '휴브리스'란 말을 붙였다. '휴브리스'란 출세나 성공 가도만 달려온 인간이 스스로를 절제하지 못하고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면서 지나친 자긍심이나 자만심을 갖게 된 상태를 일컫는다. 때론 이런 자만심이 약자에게 수치심을 주거나 모욕을 가해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거기서 만족을 얻으려 드는 비뚤어진 태도로 나타난다. 하는 일마다 성공했고 어려움 없이 성장하다 보니 무슨 일을 해도 되고, 어찌해도 된다는 자만심이 똬리를 튼 것이다. 그리스인들은 '휴브리스'에 해당하는 짓을 하면 복수의 여신인 네메시스가 친히 찾아와 벌을 내린다고 했다.
최근 세간을 뒤흔들었던 '땅콩 회항' 사건이나 횡령 배임 등으로 수감 중인 재벌 총수들에게선 한결같이 '휴브리스'의 악취가 풍긴다. '땅콩 회항 사건'의 주역 조현아는 스스로 성공한 경우도 아니었다. 그냥 재벌 3세일 따름이다. 그럼에도 오만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녀가 '휴브리스'한 것은 한국적 상황의 산물이었다. 하물며 동생 조현민의 '복수하겠다'는 발상이나 죄를 저질러 수감 중인 재벌총수의 석방을 언급한 정치권과 관료들에게선 신의 뜻을 넘보려는 또 다른 교만이 엿보인다.
최근 해외 언론이 이를 따끔하게 지적하고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일 자 신문에서 '서울의 재벌 집착증'이란 사설을 통해 재벌 석방 움직임을 비판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황교안 법무부 장관 등 일부 지도자들의 재벌 총수 석방 분위기 띄우기를 언급하면서 "'경제가 필요로 한다'는 이상한 이유를 대고 있다"고 비꼬았다.
'땅콩 회항' 사건은 프랑스 수업시간에 토론의 주제로 등장했다. 토론 주제는 '왜 대한항공이 사과해야 하는가'였다. 모두가 알 만한 사람들이 '휴브리스'를 다스리지 못해 스스로 몰락했을 뿐 아니라 국가나 기업의 이미지에도 먹칠한 사례다. 이리되면 '한국스럽다'는 말이 나오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휴브리스'의 끝은 몰락이다. 이는 '몰락 직전 단계에 들어선 오만'쯤이다. 우리 조상들은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다. 성공한 인간이 스스로 이를 깨닫지 못하면 사회가 이를 가르쳐야 한다. 더 이상 재벌이 얼토당토않은 경제살리기를 내세워 면죄부를 받는 일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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