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충전하다가 '펑'…폭탄 품은 전자담배

올 들어 담뱃값이 대폭 오르면서 전자담배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데다 불쾌한 냄새가 없어 금연보조제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충전 중 배터리가 폭발하는 등 안전사고에 무방비로 방치된데다 발암물질과 각종 유해 화학물질로 인한 유해성 논란도 숙지지 않고 있다.

◆잇따르는 전자담배 폭발 사고

이달 4일 오전 6시쯤 경산시 최모(52) 씨 집에서는 충전 중이던 전자담배가 갑자기 폭발했다. 전자담배 배터리가 충전기에 꽂혀 있는 상태에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나고 전자담배가 산산조각이 난 것이다. 이날 사고는 배터리나 충전기 내부에 과전압이 흐르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 씨는 인터넷을 통해 3만원을 주고 제품을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담배와 관련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이 2012년 12월 공개한 '전자담배 안전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2년 4월 변모 씨는 전자담배를 충전하던 중 폭발해 책상과 전자기계 등이 파손됐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5월에도 김모 씨가 전자담배를 충전기에 꽂아뒀다가 배터리가 폭발하면서 얼굴에 화상을 입기도 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전자담배 피해사례는 모두 20건에 이른다. 충전 중 폭발하거나 불이 난 경우가 5건이었고, 사용 중 폭발 사고도 2건이나 발생했다. 사용 후 부작용이 가장 많은 8건에 이르렀다.

폭발 사고 발생 이유는 충전 중 전자담배의 배터리(리튬이온전지)에 과전압이 지속적으로 인입되거나 배터리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영남대 전기공학과 박원주 교수는 "정상적인 배터리와 충전기 내부에는 과전압이 흐르면 이를 차단하는 안전센서가 내장돼 있어 폭발하는 경우가 드물다"면서 "다만 불량제품이나 저가 배터리는 안전센서가 없는 경우가 많아 배터리 용량을 넘어서면 충전이 과도하게 이뤄지거나 폭발할 수 있다"고 했다.

◆전자담배 안전 규정도 미비

전자담배는 엄연한 전기기기지만 안전 규정은 취약하다. 전자담배에 들어가는 휴대용 배터리나 충전기, 직류전원장치 등은 국가기술표준원의 안전관리 대상 전기용품이지만 전자담배 자체는 안전관리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개인이 인터넷으로 해외에서 직접 구매 등을 통해 전자담배를 들여올 경우 안전관리는 거의 불가능하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인증받지 않은 전기용품은 화재나 감전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전자담배를 구입하기 전 국가통합 인증마크인 KC마크와 인증번호가 있는 제품인지 꼼꼼히 확인하고, USB 포트를 사용한 충전은 과충전의 우려가 있는 만큼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전자담배 액상의 안전 문제도 대두된다. 액상에 니코틴이 포함됐는지 여부에 따라 관리 주체가 다르고, 개인이 임의로 독성물질인 니코틴 액상을 만들어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니코틴이 포함된 전자담배 액상은 '담배사업법'에 의해 기획재정부 소관이다. 그러나 니코틴이 없는 전자담배 액상은 흡연 욕구 저하제로 분류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약외품으로 관리한다. 그러나 소비자가 니코틴과 액상을 구입해 직접 전자담배 액상을 만들 경우 생명이 위험할 수 있지만 막을 방법이 없다.

◆유해성 논란에 전자담배 판매도 주춤

전자담배는 담뱃값 인상 논의가 시작된 지난해 9월부터 꾸준히 판매가 늘었다. 한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지난달 전자담배 매출이 2013년보다 17배나 증가했다. 담배에 비해 저렴하고 금연 보조제로 쓸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보건복지부가 전자담배에 각종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다고 밝히면서 판매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다. 복지부는 최근 전자담배 30종의 연기를 분석한 결과 1급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을 비롯해 2급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하이드, 아세트알데하이드 등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모두 독성이 강해 호흡기와 심장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다. 남성호르몬 교란 물질인 '디에틸프탈레이트'(DEP)와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도 검출됐다.

니코틴 함량도 일반 담배 1개비보다 2배나 많았다. 니코틴 함량이 가장 높은 전자담배를 150회가량 연속 흡입할 경우 치사량에 이를 수 있다.

유해성 논란과 함께 전자담배 판매도 주춤거리고 있다. 경산의 한 전자담배 취급점 관계자는 "담뱃값 인상과 금연 확산 분위기로 인해 지난해 9월 이후 늘어났던 고객들이 최근 복지부의 발암물질 검출 발표와 함께 발길이 줄어들었다"고 푸념했다.

경산 김진만 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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