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룡점정(畵龍點睛)을 못한 게 아쉬울 뿐이다. 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최다 준우승국(4회)'이란 달갑지 않은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한국 축구의 미래를 밝혔다.
울리 슈틸리케(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15 호주 아시안컵을 두고두고 축구팬의 기억에 남을 대회로 만들었다. 출발은 불안했다.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1대0 승리를 거뒀지만, 경기력 논란에 휩싸였다. 팬뿐만 아니라 슈틸리케 감독까지 선수들의 투지 실종을 지적하면서 분위기는 냉랭했다. 게다가 핵심 멤버 이청용(볼턴)과 구자철(마인츠)이 부상으로 중도 하차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대표팀은 호주와의 조별리그 3차전부터 확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한국 축구가 자랑하는 '강한 압박'과 '투지'가 살아나면서 호주를 1대0으로 꺾고 조 1위를 차지했다. 이정협(상주 상무)은 호주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군데렐라'의 탄생을 알렸다. 이후 8강전과 4강전을 거치면서 경기력은 점점 나아졌고, 55년 만에 아시안컵 왕좌를 되찾겠다는 열망이 더해지면서 선수단의 사기는 높았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우리나라 편이 아니었다. 홈그라운드에서 아시안컵 첫 우승에 도전한 호주는 우리만큼이나 강한 열망으로 온 힘을 기울였다.
주말인 31일 오후 6시,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 수비수 박주호(마인츠)를 왼쪽 윙 공격수로 내세우는 등 수비 중심적으로 선발진을 구성한 한국은 예상과는 달리 경기 시작부터 호주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호주가 곧바로 반격하는 등 공방이 거세지면서 이날 승부는 연장전까지 이어졌다. 2대1로 승리한 호주는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고, 우리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쓰러져 석패의 아쉬움을 달랬다.
얄궂게도 승부를 가른 세 골은 모두 경기 막판에 터졌다. 호주의 마시모 루옹고(스윈던타운)가 전반 45분 선제골을 터뜨렸고, 손흥민(레버쿠젠)이 추가시간인 후반 46분 동점골을 기록했다. 호주의 제임스 트로이시(쥘테 바레험)는 연장전 전반 종료 직전인 16분 결승골을 장식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은 2018 러시아 월드컵으로 가는 큰 디딤돌을 놓았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 중인 1992년생 동갑내기 손흥민과 김진수(호펜하임)는 공수에서 눈부신 활약으로 대표팀의 간판선수로 떠올랐다.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과 최전방 공격수 이정협은 '슈틸리케의 황태자'로 이름을 알렸다.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일군 기성용(스완지시티), 구자철, 남태희(레퀴야), 한국영(카타르SC),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장현수(광저우 푸리) 등 '홍명보의 아이들'도 이번 대회에서 건재함을 과시하며 한국 축구의 미래를 밝게 했다.
한편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멤버인 베테랑 차두리(FC서울)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손흥민이 호주전에서 터뜨린 득점은 한국 축구의 아시안컵 통산 100호 골이었다.
김교성 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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