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프랑스로 입양 간 이민정(프랑스명 오렐리 민정'37) 씨에게 대구는 기억에는 흐릿하지만 항상 그리운 고향이다.
민정 씨는 1982년 6월 13일 대구 수성구 수성동 4가 대구중앙고등학교(당시 중앙상업고등학교) 뒤편에 있던 새마을금고 앞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지나던 시민에게 발견됐다. 당시 그의 나이는 7세.
인근 파출소에 맡겨진 뒤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가 운영하는 백합보육원에 들어간 민정 씨는 '이민정'이라는 자신의 이름은 물론 나이, 아버지(이성기), 어머니(강정기), 언니(이여지) 이름까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민정 씨는 '부모님은 헤어졌고 집에서 할머니, 언니와 함께 살다가 할머니가 언니만 어디론가 데리고 나갔다'는 말을 보육원 관계자에게 전했다.
하지만 민정 씨가 알고 있던 가족 이름이 정확하지 않았던 탓에 경찰에서 가족을 수소문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민정 씨는 그해 11월 서울 홀트아동복지회로 옮겨졌고, 같은 달 프랑스 그르노블시의 한 가정으로 입양됐다.
프랑스에서 자라면서도 민정 씨는 한국을 잊지 않았다. 기술자였던 양아버지와 간호사로 퇴직한 양어머니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낯선 환경에서 살게 된 민정 씨에게 늘 관심을 쏟았고, 성인이 돼 친부모를 찾을 때 도움이 되도록 늘 한국 문화와 역사를 알려줬다.
10년 전 결혼한 프랑스인 남편은 두 자녀의 이름을 '재현' '수현'이라고 짓자고 제안할 정도로 민정 씨와 한국 문화를 배려했다. 친부모님을 찾기 위해 대구로 돌아온 것도 남편 덕분. 고민하는 민정 씨를 격려하고, 지난해 8월 대구 첫 방문에 동행해 일곱 살 때 민정 씨가 발견된 장소와 보육원을 함께 둘러보는 등 큰 힘이 돼 줬다.
현재 프랑스 니오르시에서 조리사로 일하고 있는 민정 씨는 직장 일정이 허락하는 대로 가족 모두를 데리고 다시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훌륭한 양부모님과 좋은 남편을 만나 행복한 삶을 살았어요. 지금 부모님을 찾는 과정이 고달프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부모님의 소식을 기다리겠습니다."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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