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 도학동 팔공산 자락에는 '마음이 자라는 학교'(이하 마자학교)가 있다. 이곳은 대구시교육청에서 만든 Wee 스쿨로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중학생들이 15주간 치료와 교육을 받는 대안학교다. 수업 일수를 채워 수료하면 다시 학교로 복귀한다. 마자학교에 오는 학생들을 교육 용어로 '고위부적응 학생'이라고 한다. 중학교는 1년에 63일을 결석하면 유급인데 지난해 1학기 입교생 38명 중 결석 일수를 50일 넘기고 입학한 학생이 4명이었다. 마자학교 교장인 김형섭(58) 대안교육부장은 "여기에 오면 애들이 서로 알아본다. 대구 '주먹짱'도 있고, 택시 털어본 애도 있고, 학교에서 선생님들도 감당하지 못하는 애들이 온다"며 "36명이 졸업하면 3천600명을 졸업시킨 기분이 드는 이유"라며 웃었다.
이랬던 아이들이 마자학교에 와서 변했다. 지난해 1학기 입교생 38명 중 수료생은 35명, 2학기 입교생 41명 중 4명이 교육 과정 중에 학교로 돌아갔고, 36명이 졸업장을 받았다. 한 때 '주먹짱'이었던 중학생이 지금은 고등학교에 진학해 학급회장이 됐다. 대구 도심에서 학교로 오는 통학버스 출발 시각은 오전 8시. 여기까지 오는 데 1시간 20분이 걸린다. 김 부장은 "지난 학기에 개근상을 받은 학생도 2명이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버스 타고 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며 학생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마자학교 수업은 '통합교과' 과정이다. 국어와 수학, 영어 과목별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여행과 영화, 요리, 미술 등을 주제로 수업한다. 학년도, 반도 없다. 여행 반에서는 어떤 나라를 여행하고 싶은지 계획을 짜며 세계지리를, 여행 보고서를 쓰며 국어를, 여행 회화를 익히며 영어를 공부한다. 마자학교에서 "1년 만에 볼펜 잡았다"며 웃는 애들도 있다. 매일 아침 간식을 먹으며 선생님과 대화하는 '아침 조회', 일주일에 한 번 있는 '공동체 회의'도 일반 학교에서 보기 드물다. '스윙 오케스트라'도 마자학교가 내세우는 자랑이다. 김 부장은 "악기 한 번 안 잡아본 아이들이 15주간 트럼펫과 트롬본, 색소폰 등을 배워 수료식 때 콘서트를 했다"며 연주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보여줬다.
마자학교에도 위기가 있었다. 2012년 대구남중학교 자리에서 마자학교 시범과정을 운영했는데 주민들이 반대하는 바람에 7주 만에 다른 곳으로 장소를 옮겨야 했다. 북구 국우동으로 옮겨서도 비슷한 일이 생겼다. 이곳 주민들도 '아동보호구역에 대안학교 웬 말이냐'고 적힌 검은색 플래카드를 만들어 아이들의 마음을 송곳으로 찔렀다. 그때 아이들과 교사 모두 상처를 받았고, 원래 대구교육원이었던 팔공산에 있는 이 건물로 이사 왔다.
학교 곳곳에는 졸업생들의 작품이 많다. 현관에 있는 세계지도는 아이들이 직접 색을 채웠고, 바람개비와 우체통도 학생들이 만든 작품이다. 학교 앞 돌담에도 아이들이 그린 그림이 있다. 돌 위에 그림을 그리려면 먼저 이끼를 긁어내야 한다. "애들이 이끼 긁어내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더라고요. 이거 할 때 누가 건드려도 모를 만큼 집중도가 높았어요. 아마 이끼를 긁으며 마음의 때를 함께 긁어냈던 것 같아요."
인터뷰가 끝날 무렵 김 부장은 "마자학교 아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무엇인지 맞춰보라"고 기자에게 질문했다. 기자가 고개를 흔들자 이렇게 답했다. "학교로 돌아가는 거에요." 지난해 4월 기준으로 학업을 중단한 우리나라 초'중'고생은 모두 6만568명. 무엇이 이토록 아이들이 학교를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해야 할 사람은 어른이다.
글 사진 황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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