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년 웃음·아기 울음 커져야 대구경북 '희망' 자란다

"대구 살면 취업·결혼 못한다"…경북, 25년 뒤 1.3명당 노인 1명 부양

6일 대구 시내 한 산부인과 병원 신생아실에서 보호자가 아기를 바라보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6일 대구 시내 한 산부인과 병원 신생아실에서 보호자가 아기를 바라보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대구경북의 불안감이 크다. 통계청의 인구 추계로 볼 때 2040년이 되면 인천 인구가 3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지만 대구 인구는 현재보다 26만 명가량이나 급감, 이렇게 가면 '대구 인구 200만 명'이 깨질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낳고 있다.

인구 감소는 성장률 위축으로 직결되며 세금수입도 확 줄어든다. 지방자치단체의 존립이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대구경북엔 번듯한 일자리가 모자라서…' '대구경북엔 이름 있는 대학이 적어서…' 이런 류의 한탄만 하고 있기에는 상황이 너무 급박하다는 것이 지역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6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적 차원의 대책을 주문했듯이 대구시'경북도 등 지방정부의 대책 마련도 요구되고 있다.

◆대구, 청년이 사라진다

대구 인구가 전국에서 가장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란 예측은 현재의 상황을 봐도 읽어낼 수 있다. '청년들이 떠나는 대구'가 향후 인구 감소를 불러오는 주된 원인이란 것이다. 20, 30대로 대표되는 젊은 층의 '탈(脫)대구'는 대구의 미래를 암울한 그림자로 뒤덮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 전입자에서 전출자를 뺀 순유출 인구는 1만6천여 명으로 인구 감소가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대구는 다른 지역과 달리 10대 이상 전 연령층에서 사람이 빠져나갔다. 특히 20~39세 사이의 인구가 9천100여 명 감소, 나머지 연령층의 인구 감소를 합한 것보다 더 많았다. 특히 대학생 역외 유출이 갈수록 심각해져 청년 인구의 '탈대구'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지난해 대구경북연구원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2013년 대구에서 다른 광역시'도로 유출된 1만1천400명 중 7천여 명(61.4%)이 20대였다. 이는 대학생 유출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연구원은 분석했다. 더욱이 '좋은 일자리의 부족'은 젊은 층의 역외 이탈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

실제로 대구 젊은 층에게는 '대구에 살면 취업도, 결혼도 할 수 없다'는 부정적 사고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이러한 부정적 사고가 대구 젊은 층의 역외 이탈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의 연령 및 성별 인구'에 따르면 2010년 혼인연령대 남녀 성비에서 대구는 전국 최저 수준으로 25~39세 여성 100명당 남성이 97명이다. 전국 평균(102.2명)을 밑돈 이 수치는 대구의 혼인연령대 남성이 여성에 비해 부족하다는 의미다. 결혼 적령기 남성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선호 일자리'가 적은 탓에 젊은 남성들이 떠나고 있다.

◆경북, 저출산'고령화의 충격

인구 감소세가 대구보다는 적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경북은 아이를 적게 낳고, 평균수명 연장으로 노인들의 숫자는 급격히 늘어나는 '저출산'고령화' 충격을 벌써부터 겪고 있다. 아기 울음소리가 끊긴 반면, 노인들의 숫자는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2008년까지만 해도 한 해 168번이나 들렸던 군위의 아기 울음소리는 2013년 99번으로 반 토막 났다. 이웃한 의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08년 340명의 신생아가 태어났던 의성은 2013년 256명만 태어났다. 무려 100명 가까운 신생아가 자취를 감춘 것이다.

경북도 내 일부 시군은 이미 합계출산율이 1 아래로 떨어진 곳도 생겨났다. 청도군은 2013년 합계출산율이 0.948로 떨어졌다. 가임 여성 한 명이 평생 동안 아기를 한 명도 낳지 않는다는 통계에 근접해 가고 있는 것이다.

아기들이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노인 인구는 자꾸만 늘고 있다. 젊은이는 없고 노인은 자꾸 늘어나다 보니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사회적 부담이 자꾸만 커지고 있다.

경북도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에서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3.8명이 노인 1명을 부양했지만 현재의 저출산이 지속되면 2030년에는 생산가능인구 1.9명이 노인 1명을, 2040년에는 1.3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할 것으로 예측됐다. 2040년에는 생산가능인구의 조세 부담이 엄청나게 커진다는 것이 경북도의 설명이다.

노인 인구의 급증은 도내 각 시군의 사회복지비 부담을 급격히 늘릴 것으로 보이며, 건강보험 재정도 크게 악화시킬 것으로 시군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향후 '간판'을 내려야 할 지방자치단체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경북도는 포항'구미'경산'칠곡 등을 제외한 상당수 시군이 폐지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어떻게 풀어나갈까?

젊은 층의 탈대구 현상에 대해 김세나 대구경북연구원 행복자치연구실 연구위원은 "대구시가 지역대학에 대한 지원사업을 마련해 지역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경기도와 부산시는 이러한 목적으로 이미 지역대학컨소시엄을 발족해 운영 중"이라고 했다.

김 위원은 여기에 더해 "대기업 유치를 위해서는 싼 부지, 뛰어난 인재풀 확보가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방안으로 대구국가산업단지 인근 테크노폴리스 내에 우수 대학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정풍영 대구시 정책기획관은 "대구 인구가 220만 명으로 줄어들 것을 의식하고 걱정만 하고 있어선 안 된다"며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인구를 늘리는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대구시는 교육'복지'문화 등 모든 정책에 인구 증대 방안이 반영되도록 추진할 계획이며 TF팀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효과가 나오는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구에 비정규직이 많은 탓에 고용 안정성이 낮아 젊은이들 사이엔 대구서는 결혼하기도,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기도 어렵다는 인식까지 퍼져 있다"며 "대기업 유치와 양질의 일자리 마련 등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큰 틀 안에서 중소기업의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제도 가입 유도 등으로 젊은 층에 미래에 대한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정책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초고령화 사회'와 관련, 김화기 경북도 노인효복지과장은 "노인 인구의 급증은 지방정부에 새로운 숙제를 던지고 있다"며 "노인들도 이제 일자리를 찾는 등 노년층이 사회에 활동적이고 생산적인 역할 수행자로 새롭게 바뀌어야 하며, 경북도는 이런 추세가 정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이미 시행하고 있고 더 많은 정책들을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최경철 기자 koala@msnet.co.kr

이호준 기자 hoper@msnet.co.kr

최두성 기자 dschoi@msnet.co.kr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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