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말로만 기업하기 좋은 도시 만들자는 포항시

떠나가는 기업에 대한 포항시와 울산시의 상반된 행보를 바라보는 지역민의 시선은 안타깝다. 기업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한마디로 "이럴 수 있나"라는 퉁명스런 원망과 "뭐해 줄까요"라는 변함없는 애정의 차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포항에 있던 포스코ICT의 자회사 포스코LED가 수도권으로 떠나간 뒤 울산에 있던 자회사 포뉴텍의 포항 이전 움직임을 둘러싸고 빚어진 촌극이다.

오랜 세월 포항을 모태로 성장한 기업이 포항시를 속이고 야반도주하듯 경기도로 옮겨가 버린 데 대한 포항 시민들의 허탈감과 분노는 컸다. 문제는 포항시의 태도이다. 그렇게 큰 기업이 보따리를 다 옮기도록 모르고 있었던 것부터 이해할 수가 없다. 게다가 뒤늦게 알고서는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며 상응하는 대책을 마련하라는 고압적인 자세가 고작이었다.

또한 포스코ICT가 반감으로 들끓는 지역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내놓을 예정이었던 울산의 포뉴텍 이전설에 대해서도 사전 정보에 어두웠다. 이 때문에 어정쩡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가 울산시의 적극적인 대처에 밀려 포뉴텍 이전마저 놓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동안 포항시가 기업활동에 행정적으로 어떻게 대응을 해왔는지 유추해 볼만한 대목이다.

반면 울산시는 상공계와 손을 잡고 무엇이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지원하겠다며 소매를 붙잡았다. 향토기업에 대한 울산시의 구애작전 덕분에 포뉴텍은 본사를 포항으로 꼭 이전하지 않아도 괜찮은 상황이 됐다. 포항상공회의소가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과도 대조가 된다. 이쯤 되면 기업이 어느 도시에서 생산 활동을 하고 싶을까에 대한 해답은 나온 셈이다.

적극적인 기업 유치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는커녕, 있던 기업도 못 지키는 포항시와 상공계의 무성의하고 미온적인 태도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포항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지방자치단체는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하고 공무원의 자세를 획기적으로 바꿔 기업친화적 행정을 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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