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색깔 없는 내부 발탁 국정원장
정치 관여 금물, 국내 파트 소중히
대통령 비서실장은 보신 넘어서길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장에 이병호(75) 전 안기부 2차장을 발탁하고, 공석인 청와대 비서실장에 이병기(68) 국정원장을 데려왔다. 최악의 지지율(29.4%)까지 추락, 호랑이처럼 무섭게 덤벼드는 민심을 실감한 박 대통령이 임기 3년 차를 맞으며 꺼낸 이번 인사의 성적표는 B+ 정도이다.
이제까지 박 대통령이 인사를 잘한 편은 아니지만, 60점짜리 인사를 하고도 40점으로 혹평을 받았던 것은 좁은 인사풀의 한계와 청문회 과정에서 대상자들이 정당한 논리로 변변한 대응조차 못해보고 언론과 야당의 공세에 밀려 죄인처럼 쫓겨난 탓도 크다. 이번 역시 회전문 인사 내지 돌려막기라는 비판이 없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인사 가운데 최고로 잘했다.
이병호 국정원장 내정자는 70대 중반의 나이를 빼고는 나무랄 데가 없다. 국정원 구성원들의 신뢰를 한몸에 받고 있었지만 발탁은 늦었다. 정치색을 멀리한 행신 때문이었다. 이병호 국정원장 내정자는 박 대통령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국정원 내부 승진 케이스로 분류된다. 이번처럼 인선을 하는 게 국정원 개혁의 출발점이다. 어려울 것 같은 국정원 개혁의 첫걸음은 수장을 내부에서 찾는 단순한 원칙에서 시작된다.
지금까지는 툭하면 법조인이나 정치인'군인을 국정원장으로 보냈다. 맞지 않다. 국정원은 합목적적 기관인데, 합법성만 따지는 검찰이나 법조인 수장은 국정원 일을 제대로 진행시키지 못한다. 국회의원이나 정치인 출신 국정원장은 정치적 잇속을 따지느라 정보기관 고유의 속성을 망칠 수 있다. 명령에 따르는 군 장성도 특수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국정원 일을 감당하기 어렵다.
대통령이나 정권 실세들과 사적 인연도, 정치권 줄도 없는 내부 발탁이라야 강한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다. 국정원이 독립적인 권력기관으로 자리매김하면, 직원들이 '5년짜리' 대통령에게 아부하기 위해 선을 대는 정신 나간 짓을 하지 않는다. 프로정신을 지닌 구성원이 많아지면 국정원은 자연히 제 기능과 자기 역할로 돌아간다. 선거판 댓글과 같은 비정상적인 짓은 필요 없다. 5년이 걸리든, 10년이 걸리든 국정원이 본업인 정보기관으로만 우뚝 서도록 기회와 시간을 주어야 한다.
국정원은 기본적으로 스파이기관이다. 앞으로는 국정원 지부장도 지역 기관장 모임에 참석하면 안 된다. 국정원 지부장이 왜 일반 기관장 행세를 하나. 누가 국정원 지부장으로 왔는지 알 필요도 없고, 알려져서도 안 된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번에야말로 국내 정치판에서 완전히 손 뗄 찬스이다.
다만 해외파트 출신인 이병호 내정자는 국정원을 미국 CIA처럼 만들려고 해서는 안 된다. 자국 내 업무를 맡은 FBI와 해외정보를 맡는 CIA로 분리되어 있는 미국과는 달리 우리 국정원은 업무의 7할이 국내 파트이고, 2할이 해외, 1할이 대북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지역 산불에서부터 미국 대통령 선거까지 국내외 이슈와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려는 깡다구가 필요하고, 파악된 정보는 국가를 위해서만 써야 한다.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과거 차떼기당으로 낙인찍혔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 천막 당사라는 아이디어를 건넨 장본인이다. 대통령이 신뢰하고, 청와대 의전수석과 주일대사와 국정원 등을 거쳐서 견문이 넓고 내각은 물론 야당과도 폭넓은 소통을 하리라 기대된다.
그러나 이 실장은 국정원장 재임 8개월 동안 개혁 성과를 하나도 내지 못했다. 보신주의자라는 꼬리표가 붙는 이유이다. 몇 번 고사하다가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청와대로 자리를 옮겼다고 했으니 그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다시 천막당사 정신으로 되돌아가서 대통령이 각 분야와 거리를 좁히도록 주선하고, 때로는 총대를 메거나 악역도 자청해야 한다. 보신주의를 넘어서는 사명감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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