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와 함께] 청송 귀농자 불량묘목 피해 잇따라

말라 죽은 사과 묘목, 알고보니 중국산

청송군 부남면 박찬목 씨 과수원에 심은 사과 묘목이 2년간 860그루나 고사했다. 박 씨는 의성의 한 묘목업자로부터 M26 대목에 미야비
청송군 부남면 박찬목 씨 과수원에 심은 사과 묘목이 2년간 860그루나 고사했다. 박 씨는 의성의 한 묘목업자로부터 M26 대목에 미야비'자홍 품종을 접붙인 묘목 860주를 주문했지만 이 업자는 중국에서 들여온 SHW6 대목을 사용해 박 씨에게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지난해 9월 고사한 박 씨의 사과나무. 박찬목 씨 제공

대구 출신인 박찬목(42) 씨는 지난 2011년 사과농사를 짓기 위해 청송군 부남면으로 귀농했다. 박 씨는 사과 기술을 배우려고 H사과협회 청송지회에도 가입하고, 2013년 3월 가입한 협회를 통해 의성의 한 농원에서 키 낮은 사과 품종으로 알려진 M26 미야비'자홍 묘목 860주도 가져와 과수원에 심었다. 이 묘목은 M26 대목에 미야비'자홍 품종을 접붙여 1년 이상 키운 것이다.

하지만 그해 5월부터 한두 그루씩 죽기 시작했고, 9월 초 장마가 지나자 계속해서 나무가 죽어갔다. 그해를 넘기기 전 860주 중 40%인 360주가 고사해 뽑아내야 했다.

박 씨는 묘목업자를 찾아 불량묘목을 줬다고 항의했지만 농원 주인은 관리가 소홀해 묘목을 죽였다고 오히려 박 씨를 탓했다.

지난해 3월 잎눈이 날 때쯤 박 씨의 사과나무에 또 이상이 생겼고 해를 넘기기 전 모든 사과가 죽게 됐다. 박씨는 최근 모든 나무를 과수원에서 캐냈다.

박 씨는 억울한 마음에 묘목업자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던 중 사과협회 소속 한 회원으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박 씨가 공급받은 묘목이 중국에서 들여온 대목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박 씨는 묘목업자를 만나 다그치자 그제야 묘목업자는 "중국에서 들여온 SHW6라는 대목에 접을 붙인 것이 맞다"고 실토했다.

청송군 현동면으로 귀농한 이 사과협회 소속 권영도(56) 씨도 이 묘목업자로부터 비슷한 시기에 묘목을 샀다가 650주 중 100주가 죽었다. 이 협회 소속 봉화'문경지회 등에서도 2013년 3월, 이 묘목업자로부터 묘목 1, 2천 주를 샀다가 절반 이상 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이 묘목업자는 협회 소속 회원 다수에게 비슷한 시기 묘목을 판매한 정황이 있어 피해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사과재배 전문가들은 "SHW6 대목은 주로 중국에서 대목으로 많이 사용하며 건조기후에 잘 자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나라에서 잘 자란다고 해도 우리나라 토질과 기온, 강수량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현재 M9과 M26 등의 대목은 우리나라 풍토에 맞고 검증이 끝난 것이라 상용화된 것"이라고 했다.

묘목업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국에서 들여온 품종이 맞고 죽은 묘목은 일정 부분 나무로 보상했다"며 "나머지 부분도 나무로 보상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청송 전종훈 기자 cjh4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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