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사람은 포항 사람을 어떻게 생각할까? 반대로 포항 사람은 경주 사람을 어떻게 생각할까? 몸을 맞대고 있는 이웃이지만, 서로 그리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음은 분명한 것 같다. 외지인의 입장에서 두 도시 사람을 만나보면 서로를 낮춰보는 경향이 강했다. 경주 사람은 포항 사람을 좀 심하게 말해 '상놈' 정도로 보고 있었고, 포항 사람은 경주 사람을 내심 '골통'쯤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두 도시 간에는 아무 쓸모없는 배타적 감정이 내재해 있는 것 같았다.
이처럼 '먼 이웃사촌'이 된 데는 자치단체장들의 성향이 한몫했다. 박승호 전 포항시장은 3, 4년 전 포항과 경주, 영덕을 통합하는 원대한 구상을 밝힌 적이 있다. 세 지역을 통합하면 대한민국 동남쪽에 큰 도시가 생기고, 가까운 미래에 광역시 하나가 탄생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도시 이름도 '신라시'(新羅市)로 정해놓았다. 1천 년 만에 '신라의 재등장'이라니 명분도 그럴듯했다. 하지만 치명적인 결점이 있었다. 인구와 경제력이 월등한 포항을 중심으로 통합하자는 것이니 다른 곳에서 쉽게 수용이 되겠는가. 바꿔 말하면 '우리 덩치가 크니 우리 쪽에 붙어라'는 말과 다름없으니 자존심 강한 경주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박 전 시장의 성향이 그러했으니 경주 사람들의 반감만 샀을 뿐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두 도시 간에 친밀해질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이달 초 포항과 경주, 두 도시의 전문가'지식인 집단이 중심이 된 (가칭)형산강미래포럼 비전선포식이 있었다. 전문가들이 모여 상호 협력과 공간기획 전략을 수행하는 싱크탱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최양식 경주시장과 이강덕 포항시장의 친분이 크게 작용했다. 두 시장은 각각 행자부와 경찰청에 근무할 때부터 선후배로 알고 지내며 좋은 감정을 갖고 있었다. 선포식에서 두 시장은 서로 상석을 권하고, 덕담을 건네는 장면을 보여줬다. 만나기만 하면 서로를 무관심하게 보던 예전과는 아주 달라진 모습이다.
두 도시의 협력은 아주 절실하고 중요한 사안이다. 자신에게 없는 것을 상대방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를 배려하는 청춘남녀처럼 상호보완이 필요한 관계였다. 포항은 경제는 있되 관광 인프라가 없고, 경주는 관광 인프라는 있되 첨단산업이 없다. 혼자로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기에 둘의 결합은 아주 시의적절하다. 첨단산업과 관광산업의 융합이라는 대명제는 서로에게 적지않은 실리를 가져다줄 것이 분명하다. 두 도시의 아름다운 협력을 기대한다.
박병선 동부지역본부장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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