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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비 50만원에 살인…꿈속에 나타난 피해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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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살인의 추억

"지난 세월 너무 힘들었습니다."

13일 오후 대구수성경찰서 형사과. 수갑을 찬 채 고개를 숙인 A(41) 씨가 흐느끼고 있었다.

11년 전 흉기로 여성을 살해한 뒤 숨어지내다 지난 10일 자수한 A씨가 범행이 발생한 수성경찰서로 이감돼 조사를 받고 있었던 것.

A씨가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것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교를 졸업한 뒤 막노동으로 근근이 살아가던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사채업자가 돈을 받으러 가는 길에 따라나섰다.

하지만 사채업자와 채무자 사이에 폭력 사건이 발생하면서 A씨는 사채업자와 공범으로 몰려 구속됐다. 그는 "단순히 동행했을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사채업자는 재판 도중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A씨만 10개월 복역한 뒤 2004년 초에 출소했다.

출소 뒤 갈 곳이 없던 그는 사채업자를 다시 찾아갔다. 사채업자는 A씨에게 "대구에 돈 700만원을 받을 여자가 있다. 대신 받아달라"며 50만원을 건넸다. 돈을 받아든 A씨는 채무자가 사는 수성구 한 주택가를 찾았고, 골목에서 이 여성을 만났다. A씨가 빌린 돈을 달라고 하자 여성이 "줄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홧김에 흉기로 이 여성을 살해했다. 이후 A씨는 서울, 천안, 전주 등지를 11년 동안 떠돌았다.

그 사이 건강도 서서히 나빠졌다. 육체가 병들면서 마음도 약해졌다. 꿈속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나타났고, 살해했던 여성도 보였다.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죄책감은 더욱 커졌다. 잘못을 속죄하기로 마음먹은 그는 지난 10일 전주 완산경찰서를 찾았다.

수성경찰서 관계자는 "A씨가 범행 당시를 뚜렷이 기억하고 있었고 울면서 자신의 과거 범행을 털어놨다"라며 "진술의 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수사를 계속해봐야 한다"고 했다. 경찰은 13일 살인 혐의로 A씨를 구속했다.

이창환 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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