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사는 김모(74'달서구 두류동) 씨는 요즘 방에 앉아 있으면 한숨부터 나온다. 낮 기온이 30℃를 훌쩍 넘으면서 허술하게 지어진 집이 점차 찜통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선풍기를 틀어도 후끈한 바람이 나와 더위를 쫓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 특히 올해는 5월 중순부터 한여름만큼이나 찌는 날씨 탓에 전기밥솥의 밥이 금방 상해버려 끼니 해결도 쉽지 않다. 김 씨는 "여름에는 정말 사람 사는 게 아니다. 벌써 이 정도로 더우니 한여름에는 어찌 지내야 할지 무섭다"고 했다.
무더위가 일찍 찾아오고 여름이 길어지면서 홀몸노인이나 취약계층에 대해 '동절기 지원책'만큼 '폭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인 빈곤층에게 여름은 공포의 계절이다. 전기요금 걱정 때문에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마음 놓고 틀 수 없어 겨울보다 여름이 훨씬 두렵기 때문이다. 최상수(81) 씨는 "겨울에는 연탄난로나 전기장판으로 난방하고 두꺼운 이불을 덮으면 참을 만한데 여름 더위는 피할 길이 없다. 한 단체에서 지원받은 에어컨도 요금 걱정 때문에 1년에 한 번 틀까 말까 한다"고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폭염 환자 중 증가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80세 이상 노인층으로 2009년 29명에서 2013년 242명으로 8.3배 급증했다. 체온조절 기능과 방어기제가 떨어지는 노인들에게 폭염은 위험하다. 그중에서도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고 비위생적 환경에서 지내는 홀몸노인이나 노인 빈곤층은 치명적이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폭염 대책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정부에서는 한여름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무더위 쉼터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거동이 불편하고 정보가 부족한 노인들은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또 주민센터나 각종 단체에서도 폭염 취약계층을 위해 나서고 있지만 안부 전화나 방문을 통해 건강을 체크하는 게 전부다. 저소득층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무더위 쉼터를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냉방기기 및 냉방비 지원 등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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