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대구시민회관에서 열린 대구시향 정기연주회의 앙코르 공연 도중, 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가 쓰러졌다. 객석에 있던 몇 명의 의사가 심폐소생술을 하고, 시민회관이 갖춘 자동심장제세동기로 응급처치를 했다. 그는 경북대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병원 담당의는 "심장을 지나는 오른쪽 혈관이 완전히 막혔지만 현장에서 초기 대응을 잘해 무리 없이 수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4월에는 길에서 쓰러진 50대 남성이 지나던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의 심폐소생술로 의식을 되찾았다. 이 여학생은 사건 발생 4시간 전에 소방서 심폐소생술 상설 체험장을 방문해 교육을 받았으며, 배운 대로 따라 했다고 말했다. 또, 서울에서는 기기 제작사의 도움으로 시내버스 일부에 자동제세동기를 설치했다. 기차와 철도에는 설치돼 있지만 시내버스에까지 설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두 사건은 심근경색 등 위급한 상황에서 응급처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단적으로 설명한다. 전문의에 따르면 심장이 멈춘 뒤 1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하면 생존율이 97%, 2분 이내면 90%, 4분 이내면 50% 이상이라고 진단한다. 이른바 '골든타임'이라고 부르는 5분이 넘으면 사실상 생존이 쉽지 않고, 후유증도 훨씬 심각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바체프를 수술한 담당의는 "혈관이 완전히 막힌 상태였는데도 수술한 뒤에 정상적으로 말한다는 것은 큰 행운"이라고 했다.
응급처치법은 간단하지만 위급 상황에서 가장 쉽게 다른 이의 생명을 구하는 수단이다. 많은 사람이 익힐수록 그만큼 생명을 구할 손이 많아지는 셈이다. 현재 대구시교육청은 경북대병원과 협약을 맺고 지난 5월부터 교직원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등을 교육 중이다. 이들은 다시 학교에서 학생을 지도한다. 이러한 교육 기회는 더욱 늘리고 학교는 응급처치술을 반드시 교과과정으로 편성해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홍보 기회를 늘려야 한다. 이번 기회에 자동제세동기 등도 전수조사해 시민이 많이 모이는 곳이나 공공기관 등지에 재배치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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