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동 실내체육관 인근 산격로와 실내체육관로. 양옆의 인도에는 차량들이 반쯤 걸쳐 주차해 있었다. 우산을 쓴 한 행인은 '개구리 주차'한 차들 때문에 좁아진 인도를 지나지 못해 도로를 통해서 걸어갔다. 맞은편에서 차가 경적을 울리며 지나가는 아찔한 순간이 연출됐다.
대구 북구청이 수십억원을 들여 추진한 '산격로'체육관로 보행환경개선사업'이 보행자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실패작'이 됐다.
공사 과정에서 설계상 15㎝였던 인도 턱을 10㎝로 낮추면서 불법 주차 차량들로 인도가 점령당해 보행환경개선사업 취지가 무색해진 때문이다.
북구청은 지난해 1월부터 지난 3월까지 26억원을 투입해 산격로와 체육관로 일대 1.4㎞ 구간을 정비하는 '보행환경개선사업'을 마무리했다. 그동안 이 지역은 보도가 따로 없어 차량과 사람들이 뒤엉켜 사고가 나기 일쑤였다.
하지만 사업이 끝나자 보행자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인도가 주차 차량들로 채워지고 있다.
주민인 정모(40) 씨는 "1년 가까이 이곳을 정비한다며 각종 통행 불편은 물론 안전을 위협하더니 사업이 끝났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며 "지나다니는 차들과 인도에 불법 주정차한 차에 시달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문제는 북구청이 주민설명회를 하면서 인근 상인들이 주장한 '인도 턱을 낮춰달라'는 요구를 수용하면서 발생했다.
인도를 점령한 주차차량들로 보행자 민원이 쇄도하면서 북구청은 지난 4월부터 2개월간 주차단속을 벌여 320건을 단속했을 정도로 불법주차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에 대해 북구청 관계자는 "불법 주차에 대한 주민들의 민원이 계속돼 이동식 주정차 단속을 벌이고 있다"며 "인근 주민은 물론 체육관 방문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해 개구리 주차를 막는 한편 단속을 강력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노경석 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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