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여파로 사고도 줄었다.'
11일 오후 3시 대구 서구의 한 지구대. 평소 같으면 소란스러울텐데 이날은 조용했다. 지구대의 한 경찰관은 "평소에는 민원인으로 북적이지만 요즘은 개인적인 용무가 아니면 찾는 이가 잘 없다"며 "소란을 피우는 주취자나 폭행으로 잡혀온 사람들로 시끄럽던 밤 시간대에도 조용하기는 마찬가지"라고 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경찰서 분위기도 바꾸고 있다.
우선 하루종일 울려대던 112신고가 줄어들었다. 메르스 공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달 25일 이후 이달 10일까지 대구경찰청 112종합상황실에 접수된 범죄신고 전화는 5천908건으로 지난해 동기(6천978건)에 비해 15%나 감소했다. 세월호 여파로 지난해 같은 시기 사건'사고가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메르스 사태 이후 사건'사고가 대폭 줄어든 셈이다.
북부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6월 초가 넘어서면 더운 날씨 때문에 오전 1시까지 주변 술집 등이 시끌벅적하고 그만큼 사건 신고도 많이 들어온다. 하지만 요즘에는 오후 10시만 되면 모두 귀가하는 분위기라 사건 신고가 줄었고 새벽 조사도 예전보다 적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체 모임이나 회식이 메르스 여파로 대폭 줄면서 조기 귀가하는 이들이 늘었고 이는 사건'사고 감소로까지 이어진 결과다.
사건 발생은 줄었지만 민원인과의 접촉이 많은 경찰관들이 느끼는 메르스 공포감은 적지않다.
강북서 민원봉사실에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신고나 고발된 문제로 민원실을 찾는 사람들은 감정이 격해져 말하면서 분비물이 튈 때가 잦은데 그럴 때마다 솔직히 불안하고 찝찝하다. 민원인을 대면하는 업무라 근무 중 마스크를 착용할 수도 없다. 하는 수 없이 틈만 나면 손을 씻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일부터 경찰서는 민원인 모두에게 발열 등 메르스 증상을 확인하고 있다. 또 경찰서 출입구에서 방문자 명단을 일일이 작성하고 온도 측정계로 발열 여부를 측정한 후 출입을 허가하고 있다.
구'군청도 메르스 여파로 여권 발급 건수가 감소했다.
수성구청의 경우 5월 말 하루 평균 151건이던 여권발급 건수가 이번 주 들어 130건으로 감소했고, 동구청도 지난달 하루평균 82건이던 발급 건수가 이번 주 들어서는 60여 건 아래로 감소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여름방학과 휴가철을 앞둔 요즘은 여권발급 신청이 늘어나는 시기이지만 메르스 여파로 지난달보다 여권발급이 오히려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구'군청을 찾는 일반 민원인들의 발길도 이달 들어서는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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