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헌혈 문진카드 직접 썼는데, 이젠 컴퓨터로 '클릭'

헌혈을 하기 위해 침상에 누운 홍준표 기자.
헌혈을 하기 위해 침상에 누운 홍준표 기자.

지난 8일 오후 1시 30분쯤 헌혈 체험을 위해 헌혈의 집 중앙로센터를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마치 조용한 카페 혹은 대학교 학생회관 같은 분위기였다. 마침 안쪽 소파에 헌혈을 마친 김진성(21'계명대 간호학과 1학년 휴학) 씨가 앉아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은행에서처럼 순번대기표를 뽑고 김 씨 곁에 가서 앉았다. 소파 왼쪽 벽면에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만화책이 책장에 가득했다. 그 옆으로는 안이 들여다보이는 음료 냉장고가 있는데, 헌혈 전'후 수분 보충을 위해 마음껏 꺼내 마실 수 있다. 긴장감 해소를 위해 김 씨에게 말을 걸었다.

김 씨는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헌혈을 권장했었고, 대학에서 간호학을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레 헌혈에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됐다"며 "중앙로센터나 2'28기념중앙공원센터는 접근성이 좋아 볼일이 있어 동성로에 나올 때면 일부러 찾아온다"고 했다.

음료를 홀짝이며 김 씨와 대화하던 중 한 간호사가 다가와 "컴퓨터에 앉아 전자문진부터 하시면 됩니다"라고 일러줬다. 과거에는 문진카드를 작성했지만 이제는 전자문진용 컴퓨터 앞에 앉아 마우스로 10개 문항만 체크하면 되도록 간편해졌다. 강귀분 헌혈의 집 중앙로센터장은 "여분의 문진카드를 보유하고 있다. 전자문진 하시는 분이 많을 때는 대기하시는 분들에게 문진카드를 드린다"고 말했다.

전자문진과 간호사 상담이 끝난 뒤 헌혈을 위해 침상에 누웠다. 혹시 헌혈에 사용하는 바늘이 재사용된다거나 위험하지나 않을까 염려했지만 기우였다. 간호사는 포장지에서 새 제품을 뜯어서 혈관에 꽂았다. 매번 새 제품을 사용하고 한 번 사용한 바늘은 버린다고 했다.

바늘이 혈관에 꽂히고 5분 남짓 흘렀을까? 대학생 커플이 손잡고 중앙로센터에 들어왔다. 중앙로센터의 한 간호사는 "평일은 4시 이후에 헌혈자가 가장 많이 몰리는데 주로 학생층"이라며 "토요일은 오전부터 계속 바쁜 편이고 연령대도 다양하다"고 했다.

이곳의 간호사들은 고충이 없을까? 강 센터장은 "병원도 당연히 친절해야 하지만 병원은 일단 환자가 아파서 찾아오는 곳이다. 반면에 이곳은 내가 가진 것을 나눠 주러 오는 곳이기에 간호사들이 더 친절해야 한다. 그런데 간호사들이 기분 나쁘게 할 의도가 아니었는데도 받아들이는 쪽에서 기분 나쁘다고 민원을 제기하면 기운이 빠지기도 한다"고 했다.

취재를 위해 만난 정향숙 헌혈의 집 2'28기념중앙공원센터장도 "헌혈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아름답지만 헌혈을 할 수 없는데도 하겠다고 우기거나, 고등학생인 딸이 헌혈 후에 어지럼증을 느낀다고 찾아와 항의하시는 분들을 달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헌혈을 마치고 휴식과 수분 섭취를 위해 소파에 앉았다. 어지럽다거나 하는 증상은 없었다. 괜히 긴장했었나? 좋은 일을 했다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간호사에게 다음 헌혈은 언제 가능한지 물었다. 또 하고 싶은 마음에. 전혈헌혈을 했기 때문에 2개월 후에 가능하단다. '2주 후에 다시 헌혈이 가능한 성분헌혈을 할걸'이라는 후회가 생겼다.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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