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채무를 갚지 못해 사실상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1일 IMF는 그리스가 이날까지 갚기로 한 채무를 상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리스는 서방 선진국 중 처음으로 IMF 채무를 갚지 않는 나라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앞서 그리스 정부는 지난달 5일 만기가 돌아왔던 3억유로(약 3천781억원)를 포함한 부채 15억3천만유로(약 1조9천억원)를 이날 일괄적으로 갚을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의 막판 협상에도 불구하고 결국 구제금융 연장이 거부되고 그리스는 IMF에 부채를 상환하지 못했다. 다만, IMF는 채무 상환 실패를 '디폴트'(default)가 아닌 '체납'(in arrears)으로 규정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민간 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상환하지 못했을 때에만 디폴트로 간주하기 때문에 IMF에 대한 체납은 디폴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시장은 체납을 사실상 디폴트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잇따라 등급 하향조정을 발표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투기(정크) 등급인 'CCC-'로 한 단계 내렸고, 피치레이팅스도 그리스 등급을 'CCC'에서 'CC'로 낮췄다.
다행히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IMF에 대한 채무 불이행이 예고된데다 지리적'경제적으로 거리가 있어서다. 실제 지난달 29일 그리스발 위기 소식에 코스피는 29.77포인트 빠졌고, 원'달러 환율도 8.4원 급등했다. 그러나 하루 뒤인 30일에는 코스피가 반등하는 등 그리스 위기 충격에서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스 부도 사태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까지 악화하더라도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단기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다만, 그리스 사태가 계속 악화되면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본유출이 발생하거나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삼일회계법인 최창윤 상무는 "지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거리가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악영향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유로화 가치 하락으로 장기적으로 수출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 기업이나 가계에 소비 심리를 위축시켜 내수 시장이 침체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그리스 사태와 관련해 1일 정부합동점검반을 꾸렸다.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으로 구성된 정부합동점검반은 이날 회의를 열고 그리스 디폴트 상황과 관련한 불안 요인을 점검했다.
최창희 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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