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자노트] 원칙·기준이 모호한 인사

"시의회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사를 특별히 주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원칙과 기준이 모호한 인사로 인해 많은 잡음이 일어나고 있고…."

6일 열린 제175회 김천시의회 1차 정례회에서 김병철 김천시의회 의장은 개회사를 통해 작심한 듯 김천시의 인사에 대해 '잡음이 일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 김천시 정기인사를 두고 뒷말들이 많다 보니 시의회가 나선 것이다.

'박사모(박보생 시장을 사랑하는 공무원 모임)를 전진 배치했다'거나 '특정 고교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등 인사의 부적절함과 파벌을 조장하는 말들이 공직사회에서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이번에 요직으로 자리를 옮긴 모 씨는 인사 담당 과장과 같은 고교 출신이라서, 또 다른 이는 박사모 회원이라서, 6개월밖에 안 된 면장을 전보한 것은 해당 면 특정 인사의 부탁이 있어서 등등 확인되지 않은 '설'이 난무하고 있다.

이런 '설'에 이어 "인사 담당 과장이 박사모 회장이고 특정 고교 출신 공무원 모임을 주도하고 있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말이 마치 사실처럼 퍼져 나가며 인사의 신뢰성을 깨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의회의 수장이 개회사에서 김천시의 인사에 대해 잡음이 있다는 지적을 한 것이다.

인사와 관련한 유언비어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시의회가 개회식이란 공식적인 자리에서 김천시 인사에 대해 지적을 했다는 점은 인사권자를 비롯해 인사를 담당한 이들이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김천시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도 인사를 마친 후에는 늘 불만이 있었다. 공직사회의 인사 시스템은 4배수의 대상 중에서 승진자 1인을 뽑는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탈락자들의 불만은 당연시돼 왔다. 이처럼 당연시되던 불만이 왜 김천시의회로까지 불씨가 옮아갔을까에 대해서는 인사권자의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김천시의 이번 정기 인사 후 공직사회에 돌고 있는 '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인사 불만은 다소 개인적이었다. 내가 먼저 승진을 했는데, 혹은 공직 입문은 내가 빠른데 등등이었다. 하지만 이번 김천시 인사 후에는 박사모니 특정 고교니 하는 '파벌'을 조장하는 말이 돌고 있다.

1천 명이 넘는 김천시 공무원사회다 보니 각 지역과 고교 등 여러 가지 색을 가진 모임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인사 후에 특정 파벌이 부각된 점은 인사권자에게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천시의회도 이런 점을 우려해 쓴소리를 입에 담았을 것이다.

시의회가 지적했듯 원칙과 기준이 무너진 인사는 조직을 해치게 된다. 불만은 조직을 녹슬게 하고 불평은 조직을 병들게 한다. 김천시를 떠받치고 이끌어가는 공무원 조직이 녹슬고 병들면 김천시의 장래는 어둡고 침체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시민들의 피해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김천시가 시의회의 쓴소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그동안의 인사 시스템을 돌이켜 점검해 본다면 앞으로 인사에서 좋은 약이 될 것으로 믿는다. 이번 기회에 인사의 원칙과 기준을 바로 세워 시의회가 주문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사' 시스템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김천 신현일 기자 hyuni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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