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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 장애-달고 매운 음식 집착…혹시 미각이 변해서?

미각은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각은 입에 들어온 음식을 먹을 것인지 결정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건강한 미각이 만들어낸 식습관은 건강을 지키지만, 제대로 맛을 느끼지 못하는 미각은 병을 키울 수 있다. 미각이 변하면 좋아하는 음식이 바뀌고 식습관도 변화한다. 그러나 미각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시력이나 청력과 달리 개인차가 있고, 변화를 깨닫기도 쉽지 않다. 미각에 영향을 주는 요인도 다양하고, 효과도 개인마다 천차만별이어서 미각장애를 방치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 몸의 관문, 미각

혀의 표면에는 조그마한 돌기 형태의 유두가 수없이 돋아 있다. 유두 옆에는 맛을 감지하는 말초기관인 맛봉오리(미뢰)가 붙어 있다. 양파처럼 생긴 맛봉오리는 음식물이 입에 들어와서 식도로 넘어가는 공간인 입안과 인두, 목구멍에 분포한다.

미각 세포의 평균 수명은 10일 정도이며 후각 세포처럼 계속 재생된다. 후각이나 촉각 등 다른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 미각은 단맛과 짠맛, 신맛, 쓴맛의 네 가지 기본적인 맛을 느낀다. 매운맛은 맛이 아니라 통증을 느끼는 통각이다.

'혀지도'처럼 혀의 부위에 따라 맛을 다르게 느낀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혀는 특정한 맛에 대한 민감한 정도가 다소 다를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혀 전체에서 맛을 느낀다. 그러나 유전적으로 특정한 물질에 대해 맛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미맹을 가려내는 물질로는 PTC(Phe nylthiocarbamide)가 사용된다. 이 물질은 정상인은 쓴맛으로 느끼지만 미맹인 사람은 맛을 느끼지 못하거나 다른 맛으로 느낀다. PTC 미맹은 아시안의 15%, 백인의 30% 정도에서 발견된다. 이 같은 미맹은 각종 식습관과 흡연 습관에 영향을 줘 갑상선 질환이나 간질 등 여러 가지 질환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연 부족이 미각 장애 일으켜

미각 장애는 미각 감퇴나 미각 소실, 먹지 않아도 입이 쓰거나 음식물의 맛에 변화가 없는 이상미각, 본래의 맛과 다른 맛을 느끼는 이미증, 역겨운 맛을 느끼는 오미증, 단맛만 느끼는 해리성 미각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미각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다양하다. 특히 후각과 미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실제 미각 장애를 호소하는 이들 중에는 미각보다는 후각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입으로 들어온 음식 냄새를 코가 느끼지 못하면 마치 음식 맛이 이상한 것처럼 인식하는 탓이다.

신경 장애도 미각을 둔하게 하거나 사라지게 만든다. 선천적으로 혀나 구강에 맛봉오리가 없는 경우도 있고, 위'아래턱이 제대로 발육하지 않아 미각이 둔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 밖에도 구강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바이러스나 세균, 곰팡이, 기생충 등이 맛봉오리를 손상시켜도 미각을 잃는다. 50대 여성이 미각 장애를 겪는 경우가 가장 많고, 나이가 들수록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노인들에게서 미각 장애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건강을 우려한 노인들이 다양한 약을 복용하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약물이 미각세포가 재생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아연 부족 증상을 일으킨다. 가공식품을 지나치게 많이 먹는 습관도 원인이 된다. 가공식품을 많이 먹으면 체내에 각종 미네랄이 부족해지기 쉽고, 가공식품에 포함된 첨가물이 아연 부족 현상을 유발한다.

이 밖에도 호르몬의 변화를 겪는 임신부나 구강건조증, 입과 식도 사이에 있는 인두와 후두의 만성질환, 제대로 씹거나 침이 분비되지 않는 장애, 혀 운동 장애, 잘 맞지 않는 보철물 등도 미각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 흡연도 원인이 된다. 담배를 피우면 미각이 둔해지기 때문이다. 당뇨병이나 갑상선기능저하증, 부신피질의 이상 등도 미각에 변화를 유발한다.

◆다양한 음식, 잘 씹어 먹어야

맛을 잘 느끼지 못한다면 우선 과거 병력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심한 감기를 앓았거나 수술, 외상 등이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복용 중인 약물 중에 미각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약물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내시경이나 X-선 촬영, 혈액검사 등을 통해 코 질환 여부나 알레르기, 호르몬 불균형, 영양결핍 등 건강 상태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미각 검사는 화학 미각 검사법과 전기 미각 검사법 등으로 이뤄진다. 화학 미각 검사법은 단맛, 쓴맛, 신맛, 짠맛을 내는 물질로 혀와 입천장 뒤쪽에 자극을 주는 방법이다. 전기 미각 검사법은 전기 자극기를 사용해 손상된 미각 신경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인들은 기능성 미각 변화를 겪는 경우도 많다. 특별한 원인이 없이 습관적으로 특정한 맛에 집중하면서 맛을 느끼는 대뇌 회로에 변화가 생기는 현상이다. 미각이 둔해지는 대신 단 음식이나 매운 음식 등에 집착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미각은 경험과 학습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다양한 음식을 접해야 섬세한 미각을 가질 수 있다. 풍부한 감각 체험은 정서뿐만 아니라 신체적 건강에도 중요하다.

예미경 대구가톨릭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맛을 내는 물질이 많이 녹아나오고 침 분비가 증가되도록 음식을 잘 씹어 먹는 것이 좋다"면서 "같은 맛을 장시간 맛보고 있으면 그 맛에 대한 미각이 줄어들므로 음식을 번갈아가며 골고루 먹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예미경 대구가톨릭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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