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바쁜 업무중 급히 전화 받았는데… 070 '짜증'

거의 대출·인터넷 대출 가입 광고…스팸 등록 35% 최다 '민폐'

'070으로 시작하는 전화는 스팸 전화(?)'

회사원 박재훈(31) 씨는 070 전화만 오면 전화 목록에서 스팸으로 등록한다. 하루에 적게는 1통에서 많게는 5통까지도 받아봤다는 박 씨는 수신거부를 해도 번호를 바꿔가며 걸려오는 070 전화가 불쾌하기만 하다. 그는 "처음에는 아는 사람이 인터넷 전화로 걸었을 줄 알고 받았는데 대부분 스팸 전화"라며 "이제는 아예 응답을 하지 않고 연락처를 차단시킨다. 하지만 번호를 바꿔가면서 보내고 있어 아무 소용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인터넷 전화번호(070)가 '민폐 번호'로 떠오르고 있다.

KT의 자회사인 KT CS가 만든 스팸차단앱 '후후'의 2분기 스팸 전화 통계 수치에 따르면 4월부터 지난달까지 가장 많은 스팸 번호 유형은 070으로 전체의 35%(163만1천648건)를 차지했다.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조사한 결과 010이 전체의 34%(237만3천261건)를 차지하며 가장 많은 스팸 전화 유형으로 꼽힌 것과 비교된다. 070으로 걸려온 스팸 전화 가운데 대부분이 대출권유 전화였고 인터넷 권유 전화도 포함돼 있었다.

070 인터넷 전화가 광고성 전화번호로 전락한 데에는 여러 가지 분석이 뒤따른다. 그 중 하나가 발신자 번호 변경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사이버사기대응팀 관계자는 "스팸 업체의 경우 사설 교환기를 이용해 번호를 변경해 스팸 전화를 돌린다. 특히 070과 같이 일반 전화와 국번이 같으면 사람들이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070 번호를 선호하는 것"이라며 "요금이 저렴한 인터넷 전화에 가입한 다음 번호를 변경해 스팸 차단에 걸리지 않도록 해서 전화를 건다"고 말했다. KT CS 관계자는 "지난해 010이 스팸 전화에 이용된다는 내용이 홍보된 후 사람들이 010 스팸 전화를 피하자 스팸 업자들이 070쪽으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전화가 지리적 한계가 적은 것도 스팸 전화로 활용되는 이유다. 불법스팸대응센터 관계자는 "인터넷 전화의 경우 번호 변경이 쉽고 해외에서도 전화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스팸 전화로 이용하는 것"이라 말했다. 070 스팸 전화가 늘면서 시민들이 겪는 불편함도 커지고 있다. 취업준비생 김혜경(26) 씨는 "070 스팸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 걸려와 070 전화는 받지 않았는데 한 번은 아르바이트 지원했던 회사에서 070 번호로 전화를 걸어와 아르바이트 자리를 놓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윤수민(24) 씨도 "외국에 유학 간 친구 중에 070 인터넷 전화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070 전화가 올 때마다 스팸인지 친구 전화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며 "스팸으로 등록해도 전화번호가 바뀌어서 오는 경우가 많아 확인하고 끊어버린다"고 말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