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동부 노바 스코티아주의 중심도시 핼리팩스에는 '딩글'이라는 아름다운 공원이 있다. 1908년 샌드퍼드 플레밍이 땅을 기부해 만든 공원이다. 그를 기념해 공식 명칭은 '서(Sir) 샌드퍼드 플레밍' 공원이지만 시민들은 흔히 딩글공원으로 부른다.
플레밍은 영국 제국주의를 신봉한 인물로 캐나다 철도계획을 세운 공학자다. 그는 각 지역이 서로 다른 지방시(地方時)를 사용하면서 생기는 열차 시간표 혼란 때문에 표준시 도입을 처음 주창했다. 특히 미국'캐나다 등은 철도가 통과할 때 지방시가 몇시간씩 달라져 표준시 도입이 절실했다.
표준시를 처음 계획하고 기초를 닦은 플레밍의 계획에 따라 1884년 27개국 대표가 워싱턴에 모여 표준시 기본체계에 합의했다.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를 지나는 경도선을 기준으로 지구 둘레 360도를 하루 24시간으로 나눠 15도마다 1시간씩 차이가 나는 국제 표준시(UTC) 체계를 만들었다. 하지만 몇몇 국가에서는 시간대를 세분화하는 게 효율성이 높다는 이유로 30분 또는 45분 시간대를 쓴다. 인도와 미얀마, 아프가니스탄, 이란, 호주'캐나다 일부에서는 30분 시간대를 적용하며 네팔 등은 45분대를 쓴다.
현재 우리 표준시는 UTC보다 9시간 빠른 동경 135도가 기준이다. 하지만 대한제국은 동경 127.5도를 기준으로 UTC+8:30을 표준시로 1908년 처음 공포했다. 일제 때인 1912년과 이승만정부 시절 1954년에 표준시가 바뀌었다가 1961년 이후 현재의 표준시를 일본과 공용하고 있다. 표준시를 바꾸자는 의견도 있었다. 2000년 이후 모두 세 차례 동경 127.5도를 기준으로 한 변경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혼란과 비용 때문에 흐지부지됐다.
북한이 오는 광복절부터 표준시를 현재보다 30분 늦춘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표준시를 바꾸면서 "일제가 빼앗은 우리 표준시간을 되돌려 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의 지적처럼 "독재자의 기괴한 악취미"로 보는 시각이 많다. 중국도 공산혁명 후 기존의 5개 시간대를 통일해 '베이징 시간'을 표준시로 정했다.
북한의 표준시 변경은 분단에다 시간대 차이로 남북 이질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러다 세종대왕이 종묘 등에 해시계를 세운 때(UTC+8:28)인 '서울 시간'을 표준시로 삼자는 목소리까지 나오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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