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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전지현, 뻔뻔하고 당당해서 예쁜 스타

암살
암살
도둑들
도둑들

'운이 트였다'는 말이 딱 맞아떨어진다. 2012년 영화 '도둑들' 이후 톱스타 전지현(34)은 탄탄대로를 달리며 놀라운 히트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내놓는 작품마다 '대박'을 터트리고,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데도 광고 제의가 끊이질 않는다. 최근에는 주연을 맡은 영화 '암살'(최동훈 감독, 7월 22일 개봉)이 관객수 1천만 명을 넘어서며 극장가를 뒤흔들고 있다. 한때 지독한 슬럼프도 겪었지만, 지금 전지현의 앞길엔 거칠 게 없다.

◇'도둑들' '암살' 최동훈 감독과의 찰떡 호흡

영화 '암살'의 성공으로, 전지현은 '도둑들'에 이어 또 한 번 '천만 영화'의 주인공이 됐다. 하정우와 이정재 등 톱스타들이 동반 출연한 '멀티캐스팅' 영화지만 '도둑들'에서 보여준 것과 마찬가지로 전지현은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한다. 이번에는 독립군 암살단 대장 안옥윤을 연기하며 화려한 액션과 더불어 섬세한 감정 연기까지 보여준다. 힘겹게 큰 총을 들고 뛰어다니며,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를 소신 있게 말하는 당찬 여성이다. 사실상 '암살'의 스토리 라인을 이끌고 가는 비중 있는 캐릭터다. 앞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나 '도둑들'에서 보여준 것처럼 발랄하고 경쾌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지만 진지하고 차분한, 또 다른 전지현의 매력이 드러나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특히나 이번에는 몸매를 드러내거나 예쁜 옷을 입지도 않는다.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트레이드마크인 긴 생머리를 단발로 자르고 화장기도 없이 카메라 앞에 섰다. 주무기였던 발랄함과 돋보이는 외모를 가렸는데도, 전지현은 여전히 예쁘다. '암살'이 온통 남자들만 우글거리는 영화라서 홍일점이 돋보이는 게 아니다. 액션에도 표정을 담아내는 몰입도 높은 연기 때문이다. 전도연처럼 예술적 깊이를 논할 정도는 아니지만, 전지현의 캐릭터 소화력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만 한다. 최근 3년간 보여준 활약상을 통해 이미 증명된 내용이다.

'암살'이 '도둑들'에 이은 최동훈 감독과의 두 번째 작업이란 사실 역시 의미 있다. 이렇다 할 히트작 하나 내놓지 못하고 슬럼프에 빠진 채 CF스타의 이미지로 살아가던 전지현을 다시 드라마와 영화의 주연배우로 만들어놓은 작품이 바로 '도둑들', 그리고 이 영화 속 인기 캐릭터 '예니콜'을 다듬어 전지현을 돋보이게 만든 이가 바로 최동훈 감독이다. 최동훈 감독의 입장에서도 전지현의 존재가 고맙겠지만, 전지현에게 최동훈 감독이야말로 진정 '귀인'인 셈이다.

두 사람이 인연을 맺게 된 데에는 최동훈 감독의 부인이자 케이퍼필름 대표인 안수현 프로듀서의 역할이 컸다. 전지현이 2003년 영화 '4인용 식탁'을 함께했던 안수현 PD와 꾸준히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고, 그 사이에 안수현 PD가 최동훈 감독과 결혼하면서 자연스레 세 사람 사이에 연결고리가 생겼다. 이런 관계로 전지현이 안수현 PD를 통해 '도둑들'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먼저 전달했고, 최동훈 감독 역시 'OK' 사인을 내면서 둘의 만남이 성사됐다.

최동훈 감독의 입장에서도 주목도 높은 톱스타 전지현의 참여가 반가웠을 터. 반면에 신비주의, 그리고 CF스타 이미지가 강한 전지현에게 힘든 액션연기와 육두문자 가득한 대사를 시키거나 기존 이미지에 반하는 설정을 던지면서 부담도 컸을 게 분명하다. 결과적으로 전지현은 선입견과 달리 털털하게 최 감독의 디렉션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맞춤옷을 입은 듯 캐릭터를 소화해 영화를 살리고 스스로도 살아났다.

◇직접 작품 선별,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수직 상승세

'도둑들' 이후 전지현은 승승장구했다. 영화 '베를린'에서 하정우의 아내를 연기하며, 비중이 크지 않은 배역인데도 존재감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김수현과 함께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국내를 넘어 중화권에서도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이 시기 제50회 백상예술대상 방송 부문 대상의 영예까지 안으며 '시상식과 거리가 먼 스타'라는 부정적인 수식어를 떨쳐버리기도 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상승세의 기폭제가 된 '도둑들'부터 이후로 이어진 작품들을 모두 전지현이 직접 골랐다는 사실이다. '도둑들'에 캐스팅됐던 당시가 마침 전지현이 대형 연예기획사 싸이더스 HQ와 결별한 후 연예활동 전반에 자신의 의사를 적극 반영하기 시작했던 시점이다. 이 시기 전지현은 소속사 관계자들이 골라주는 시나리오를 넘겨받던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 스스로 제작진과 접촉했다.

'도둑들'뿐 아니라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 역시 이런 방식으로 출연이 성사됐다. 사실 '베를린'에서 전지현이 맡은 캐릭터의 비중이 큰 편이 아니었기에 제작사에서도 톱스타 캐스팅은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전지현이 먼저 적극적으로 출연의사를 밝히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됐다.

'도둑들'이 발표된 2012년 결혼식을 올리면서 한층 더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연기자로서 표현력이 풍부해진 건 물론이고 대외적으로 사람을 대할 때에도 소탈한 유머와 함께 편안한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필자가 만나본 전지현도 그랬다. 전지현과 처음으로 한 테이블에 마주앉아 대화한 건 '엽기적인 그녀'의 성공 이후로 내놓는 작품마다 줄줄이 흥행에 실패했을 때, 그리고 싸이더스 HQ 대표 정훈탁과의 결혼설과 휴대전화기 도청사건 등 부정적인 이슈가 불거진 직후였다. 당시 전지현은 얼굴에 뚜렷이 드러나는 그늘을 가리고 자신을 포장하려 했다. 해외 진출을 노리고 출연한 작품들의 흥행실패에 대해서나 루머에 관한 질문에 당당한 태도로 일관했지만, 막상 표정은 어두웠다. 개인적으로 이상형이라 꼽기까지 했던 여배우와의 만남이었지만 경계심 가득한 전지현의 눈빛이 내내 불편했다.

이후, 결혼을 하고 '도둑들'까지 내놓은 전지현과의 만남은 확연히 달랐다. 눈에 띄게 밝아진 표정의 전지현은 너스레까지 떨며 분위기를 리드해 필자를 놀라게 했다. 전지현의 넘치는 활력과 에너지가 현장 전체를 들뜨게 만들었다. '베를린'을 본 후 다시 만나게 된 자리에서 북한 사투리와 절제된 감정연기에 대한 칭찬을 했다. 공치사가 아닌 객관적인 평가였다. 그날 전지현은 "이 영화에 출연하면서 제일 듣고 싶었던 말을 해줘 고맙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연기하는 모습을 더 자주 보여주고 싶다"고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암살'을 내놓은 뒤 전지현은 "내가 출연해서 영화가 잘 된 거다"라며 낭랑한 목소리로 자랑을 하고 다닌다. 참 뻔뻔한 여배우다. 그런데 밉지가 않다.

최근 임신 사실이 전해졌으니 아쉽게도 전지현의 차기작은 빠른 시일 내에 만나긴 쉽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공백이 생기더라도 복귀 후 전지현이 대중에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진 않을 게 확실하다. 운동선수 못지않게 몸을 움직이며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하고 작품을 대할 때도 깐깐한 프로 근성을 보여 간혹 오해까지 사는 배우가 전지현이다. 18년간 기복을 겪으며 연기활동을 하는 동안 좋은 작품을 골라내는 눈을 갖췄고, 무엇보다 작품 속에서 캐릭터를 살려내며 시너지 효과를 내는 법을 깨우쳤다. 아기 엄마가 된 후에도 빅히트작을 들고 레드카펫 위에 올라 우아한 손짓으로 팬들의 함성에 화답할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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