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이상화 고택 등 골목길 곳곳 '공연 보물창고'

대구 원도심 골목 배경 연극 4편 제작

최석채 선생.
최석채 선생.

◆대구 골목길은 공연 콘텐츠 보물창고

대구 공연계에서는 아예 대구의 골목길을 주제로 삼은 작품이 꾸준히 등장했다. 극단 '맥씨어터'의 골목길 시리즈 뮤지컬이 대표적이다. 대구의 원도심 골목을 배경으로 현재까지 모두 4편이 제작됐다.

1탄 '비방문 탈취작전'(2010)은 약전골목을 배경으로 한 오래된 한약방에서 벌어지는 촌극을 담고 있다. 2탄 '사랑꽃'(2012)은 시리즈 중 가장 화제가 된 작품이다. 2013년 제7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올해 초에는 중국 둥관뮤지컬페스티벌에서 초청공연을 펼쳐 호평을 얻었다. 이 작품은 약령길 18번지를 중심으로 대구의 골목길 곳곳에서 펼쳐지는 사랑을 그린다. 또 골목길에 불어닥친 재개발 바람을 이야기에 담는 등 대구 옛 골목의 현재를 기록하는 역할도 맡았다. 3탄 '홀림'(2012)은 자갈마당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스릴러물이다. 4탄 '북성로 연가'(2014)는 1970년대 북성로 공구골목 젊은이들의 사랑, 부모와 자식의 정, 이웃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4편 모두 실제 대구의 골목길을 모티브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무대를 극장이 아닌 실제 골목길로 옮겨 실경 연극을 펼치는 시도도 꾸준하다. 2009년부터 시작해 지난해까지 100회 넘는 공연을 펼친 연극 '옛 골목은 살아있다'가 대표적이다. 이상화'서상돈 고택 앞을 무대로 삼아 3'1운동과 대구가 발원지인 국채보상운동을 극적으로 재연한다. 마침 인근에는 3'1만세운동길 등 역사의 현장이 근대골목길을 따라 이어진다. 이 작품은 2011년 3'1운동의 발상지 서울 탑골공원에서, 또 2013년 독도에서 성공적으로 공연된 바 있고, 올해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이달 25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초청공연을 갖는다.

◆실경극 무대로 떠오르는 대구 골목길

대구근대골목에서는 최근 연극과 예술교육을 결합시키는 신선한 시도가 펼쳐지고 있다. 초등학생들이 대구근대골목 곳곳을 돌며 연극 공연을 하는 '나는 시간여행자-이 현대가 저 근대를 만났대' 프로그램이다. 대구의 초등학생 30여 명은 지난달 24일부터 약 한 달 일정으로 연극을 만들고 있다. 아이들은 청라언덕, 진골목, 이상화'서상돈 고택 등 골목의 명소들을 둘러보고 김종욱 향토사학자 등 전문가들로부터 강연을 들은 다음 공연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김중효 계명대 연극예술과 교수는 "아이들은 역사를 교과서로 달달 외우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직접 체험한다. 또 유적지를 단순히 보고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간으로 삼는다. 역사란 박제된 것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으로 흐르고 있는 것임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연극은 22일 오후 4시 청라언덕에서 제일교회까지 장소를 계속 이동하며 공연된다. 마치 유럽의 예수 수난극처럼 배우와 관객이 함께 걸어가며 진행되고, 관객들은 배우들이 나눠주는 태극기를 손에 들고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

매일신문사는 곧 새로운 실경 연극을 선보인다. 1955년 9월 14일 벌어진 매일신문 필화사건, 일명 '백주의 테러 사건' 60주년을 맞아 사건의 주인공 최석채(1917~1991) 당시 매일신문 주필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제작해 선보일 예정이다. 이 사건은 자유당 정권 정치인 임병직 유엔 대표부 상임대사의 1955년 9월 10일 대구 방문 때 대구의 중'고등학생들이 거리에 동원된 것을 보고 최석채 선생이 '학도를 도구로 이용하지 말라'고 쓴 사설이 발단이 됐다. 학생들이 공부할 시간을 빼앗긴 채 폭염 속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정권을 비판한 내용이었다. 사설이 신문에 나온 다음 날인 9월 14일 자유당 경북도당 감찰부장 등 20명이 곤봉과 망치를 들고 매일신문 사옥으로 쳐들어와 윤전기와 통신시설을 부수고 직원들을 구타했다. 게다가 사건 발생 후 신상수 경북경찰청 사찰과장은 "백주의 테러는 테러가 아니다"라는 망언을 했고, 최석채 선생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하지만 이듬해 대법원에서 최석채 선생의 무죄가 확정되면서 언론이 정권의 탄압에 승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석채 선생은 2000년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국제언론인협회(IPI)가 뽑은 '언론자유영웅(Press Freedom Heroes) 5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작품의 제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리고 당시 매일신문사가 있었던 태평로 골목길이 연극 공연 장소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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