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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체성 제대로 찾은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실크로드 경주 2015'가 21일 오후 3시 경주엑스포공원 백결공연장에서 개막 공연과 함께 10월 18일까지 59일 동안의 일정에 들어갔다. 1998년 시작해 캄보디아, 터키 등으로 반경을 넓히며 성장한 이 행사의 올해 주제는 '유라시아 문화특급'으로 과거 실크로드 선상의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문화를 통한 결속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올해의 주제는 최근 경북도가 대내외에 주창한 '신(新) 실크로드' 재현 노력과 잘 어우러졌다. 엑스포 조직위원장인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그동안 신라 시대 혜초 대사의 길을 따르는 해상 실크로드와 경주를 출발점으로 한 육상 실크로드의 재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에는 경북도의 '철의 실크로드 탐사대'가 정부 주최의 '유라시아 친선특급'에 참가해 중국 베이징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 시베리아를 건너 독일 베를린까지 이르는 원정길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김 지사는 베를린에서 실크로드 상의 40여 개국을 대상으로 '실크로드 국제문화포럼' 창설을 제의했다. 관계국을 문화를 매개로 묶어 공동 발전을 위해 협력하자는 것이다.

이번 행사도 이러한 노력의 연장이다. 올해는 중국 몽골 우즈베키스탄 이란 캄보디아 태국 인도 등 육'해상 실크로드 경유국 등 40여 개국이 참가하는 행사로 꾸몄다. 또 23개국, 40여 개 대학이 참여하는 세계 실크로드대학연맹 총회도 행사 기간에 열린다. 이 연맹은 과거 동서문명의 교류와 화합을 상징한 실크로드의 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실크로드 선상 국가의 대학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단체다. 또 개막 공연을 혜초 대사를 소재로 한 '하나의 길, 하나의 꿈'으로 선정하고 실크로드 국가의 다양한 문화체험 행사를 포함했다.

그동안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일회성 행사에 수백억원을 쓴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해를 거듭하면서 해외 교류를 넓히고 특히 올해는 '실크로드'를 통해 세계의 문화축제로 한 단계 도약하겠다는 정체성을 확실하게 세웠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이는 정부의 '유라시아 문화 이니셔티브' 정책과도 일치한다. 앞으로 행사를 더욱 키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방향성도 적절하다. 이러한 정체성과 방향성이 이 한 자리에 멈추지 않도록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야 한다. 행사 때만 일시적으로 이뤄지는 문화 교류를 넘어 실질적인 경제 협력도 이뤄지는 정책 마련까지 확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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