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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사·만·어] 내 마음의 골동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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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품이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지금 생활에 별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한때는 일반적인 생활도구로서 가치가 있었으나 세월이 흘러 이제는 완상 가치만 남았을 때 비로소 골동품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지금도 널리 쓰이고, 누구나 한두 개쯤 소유하고 있다면 골동품이라고 불리기는 아직 이르다.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곧 '가치 있음'이 되는 셈이다.

중요한 점은 반드시 한때는 '생활 속에서 널리 사용되었던 물건'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예전에도 드물었고, 사람들이 흔히 사용한 적이 없었다면 세월이 흘러도 훌륭한 골동품이 되기는 어렵다. 또한 특정한 사람들만 사용할 수 있었던 물건이어서도 곤란하다. 나도 사용했던, 그래서 내게도 추억이 있을 때 골동품은 가치를 더욱 발한다.

추억은 훌륭한 골동품이다. 그런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해낼 수 있었던 시절에는 별것 아니었던 행위들, 때로는 치기로까지 평가받던 행위들이 더 이상 그런 일을 할 수 없는 건강상태나 나이가 되면 추억이 된다. 젊은 시절, 언제라도 갈 수 있었던 장소가 나이가 들거나 조건이 변하는 바람에 이제는 가기 힘든 장소가 되면 추억의 장소가 되는 법이다.

젊은 시절 밤거리를 어깨동무하고 어울렸던, 그러나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친구 역시 훌륭한 골동품과 같다. 그러니 훌륭한 골동품을 갖고 싶다면 오직 지금만이 갈 수 있는 장소, 지금에만 할 수 있는 일을 감행할 일이다. 그것이 아찔한 모험이어도 좋고, 불타는 사랑이어도 좋고, 밤을 새우는 공부여도 좋다.

젊은이는 일상적으로 할 수 있었던 일을 나이가 들면 애를 써도 할 수 없게 된다. 그런 점에서 유한한 우리 육체는 골동품을 가질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갖춘 셈이다. 그러니 젊은 시절에는 젊은이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많이 할수록 좋다.(평생 상처가 될 추억을 만들지는 마시라.)

먼 훗날, 이제는 만나야 할 사람도, 만날 수 있는 사람도 드문 날, 해야 할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드물어진 날 내 마음속의 골동품 거리를 두리번거릴 수 있다면 행복할 것이다. 찾아오는 손님도 없는데, 둘러볼 골동품조차 없다면 얼마나 무료할까.

2016학년도 수능시험이 75일 남짓 남았다. 밤 10시가 넘도록 교실에 불을 밝히고 공부할 수 있는 날은 짧다. 그런 추억을 가지지 못한 채 중년이 되고 만 사람에게 환하게 불 밝힌 고등학교 교실은 부럽기만 하다. 중절모를 꺼내 쓰고 점잔을 뺄 날은 여지없이 오고 말 것이니, 일부러 앞당겨 구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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