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책방에서 한가한 틈을 타 음악을 듣다 신이나, 책방을 누비며 춤춘 일이 있다. 때마침 가게 앞을 지나고 있던 6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어르신과 눈이 마주친 것이다. 민망해하며 인사를 건넸더니 성큼 책방 안으로 들어오셨다. 들어서자마자 나의 춤에 대해 한마디 평하시고는 자신은 자이브 강습소를 운영하신다며 자신의 춤 이야기를 한참 꺼내놓으셨다.
책방은 북성로 좁은 골목 안에 있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수 있을 정도로 좁고, 행인들이 지름길로 삼을 만한 위치도 아니라서 지나는 차도 사람도 거의 없다. 이 좁은 골목을 누비는 대부분이 책방이 세들어 있는 곳 2층, 바로 어르신들이 춤을 추는 '리듬짝' 교습소이자 연습실을 찾는 어르신들이다. 그러니 혼자 흥에 취해 어깨를 들썩이고 있는데 불쑥 춤의 고수가 방문하는 일이 굉장히 신기한 일은 아닌 셈이다. 대구 남구 대명공연문화거리에 책방이 있었을 때에는, 대구에서 극단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다 보니 어김없이 극단의 대표님, 연출가, 배우들을 골목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던데 반해, 지금은 골목에서 춤꾼(?)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정오쯤부터 골목 전체에 '쿵짝쿵짝'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책방을 운영하는 입장으로선 때로 과하다 싶을 정도의 음악 소리와 발소리로 머리가 아찔해지기도 하고, 퇴근 후 집에 가서 누우면 여음이 귓속을 맴돌아 환청이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춤을 춘다는 것은 일상 속의 일탈이자, 마음의 표현이며, 삶의 언어이기도 하다. 예쁘게 또 멋있게 차려입은 40, 50대 어르신들이 생기에 넘쳐 그 계단을 오르는 것을 보면 그 흥이 일상의 지지부진함을 떨쳐 날게 하는 촉매가 되는 듯하다.
요즘은 일상 속 춤의 풍경을 만나기 어렵다. 춤을 못 추는 사람들은 시선을 신경 쓰기에 춤출 수 없고, 학생들의 장기자랑에서는 아이돌 가수의 춤을 카피한 것만이 무대에 올려지고, 춤을 추기 위해선 클럽이나 무도장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춤을 잘 추든 못 추든, 발바닥이 새까매지고, 앞머리가 젖어 이마에 찰싹 달라붙을 정도로 음악 속으로 빠져들어 온몸으로 춰 본 경험이 있다면, 내 몸으로 만들어낸 쉽고 작은 일탈이 가져다주는 큰 위안과 행복감을 만날 수 있다. 그 순간은 날아오르는 것이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되어 있는 영업소에서는 '춤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금지사항을 추가했고, 따라서 대부분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되어 있는 '클럽' 형태의 업소는 유흥주점으로 허가를 변경하지 않으면 법적 제재를 받게 된다는 기사를 접했다. 일상에서조차 사라진 풍경이 안으로 들어간 곳에서조차 제재받지는 않기를 바란다.
언젠가 우연히 일상 속 누군가의 춤을 마주하게 된다면, 그 흥에 슬쩍 올라 몸의 노래를 함께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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