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비행기로 2시간을 날아 도착한 중국 장쑤성 옌청(鹽城)의 남양공항. 옌청 도심에서 불과 15분 거리에 있는 남양공항의 첫인상은 작지만 깔끔했다. 승용차를 타고 도심으로 이동하는 동안 바라본 옌청 도심은 곳곳에 새로 지은 건물들이 우뚝 솟아있었다. 베이징 같은 교통지옥도 없었고, 공기도 상쾌했다. 사방을 둘러봐도 산이 보이지 않는, 드넓은 평야지대에 자리한 도시 옌청. 대구 면적의 17배 땅에, 820만 명이 거주하는 옌청은 한중FTA에서 약속한 한중산업단지의 후보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신흥 자동차 산업도시, 옌청
옌청은 베이징이나 상하이, 칭다오 같은 중국의 대도시에 비해 우리에겐 생소한 도시다. 지명에서 알 수 있듯 이 도시는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소금을 주로 생산하는 어촌이었다. 하지만 2003년 기아차가 처음 진출한 이후 한국 자동차부품 기업들이 몰려들면서 일약 자동차 산업도시로 떠올랐다. 옌청 남양공항과 인천공항을 잇는 항공편은 주 6회로, 비행시간이 1시간 10분에 불과할 정도로 가깝다.
옌청 도착 후 방문한 '열달기아기차유한공사'. 2002년 현대자동차그룹과 중국 자동차회사인 위에다사가 합작해 만든 곳으로, 2003년 기아 제1공장을 가동한 이후 제2'3공장을 잇달아 설립하며 빠르게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기자가 찾아간 제3공장은 차체를 조립하는 완성차 공장이었다.
기아차 직원의 안내를 받아 공장 내부로 들어서자, 각종 기계가 내는 굉음으로 귀가 울렸다. 한쪽 편에는 승용차 문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고, 로봇 팔이 쉴새 없이 작업 중이었다. 컴퓨터로 기계를 작동하는 몇 명의 직원을 제외하면 전 생산라인이 자동화돼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이곳에서 한 시간에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이 1천800개에 이른다. 제3공장에서만 연간 30만대, 1'2'3공장을 모두 합치면 연간 100만대 승용차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라고 했다.
생산 차량은 K3, K5와 중국에서만 판매되는 K4가 주종이다. 3개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은 7천여 명으로, 대부분이 현지 고용된 중국인 근로자들이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기아차를 따라 옌청에 진출한 자동차 부품회사는 10곳에 이른다.
기아차 공장 인근에는 현대모비스가 세운 '강소 모비스' 3공장이 있다. 공장 부지만 230만㎡(7만 평)에 이른다. 이곳에선 중국인 근로자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차량용 오디오 부품을 조립하고 있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연간 생산하는 오디오 부품은 44만대 분량"이라며 "2016년까지 총 951억원을 옌청 공장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구경북의 한중산업단지 파트너
옌청은 중국 정부가 옌타이와 함께 한중산업단지 후보지로 지목한 도시다. 한중산업단지는 한중 양국이 단지 개발부터 기업 유치와 관리를 수행하는 공동경제구역이다.
한국 기업은 중국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고, 중국 기업은 한중FTA 타결 후 무관세 혜택과 글로벌 시장 공략의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선 새만금과 대구경북이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대구경북은 우수한 산업단지 조성 여건을 앞세워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 8곳을 대상으로 한중산업단지 대상지를 검토하고 있다.
한국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는 옌청은 올 들어 대구경북에 성큼 다가왔다. 대구시와 경상북도, 중국 옌청시는 올해 5월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서 '한중산업단지 유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에 참석한 저우샤오췐 옌청시 부시장은 "대구경북과 옌청시는 주도산업(자동차'신재생에너지)이 비슷하고 지리적으로도 인접해 있다"며 적극적인 협력 의사를 밝혔다.
기아차 효과를 경험한 옌청시는 한국기업 유치에 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2010년 국가급 경제기술 개발구로 지정된 '옌청경제기술개발구'는 200㎢에 이르는 방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옌청시는 이곳에 자동차산업원, 신형에너지 자동차공업원, 한국중소기업공업원(2011년 설립'3.96㎢) 등 8개 원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광대한 토지, 13억 명의 내수시장, 중앙정부의 강력한 리더십을 생각하면 빈말이 아니라는 평가다. 특히 2011년 한국기업 지원과 유치를 위해 한국공업원을 설립할 정도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 하면 떠올리는 '만만디'나 무질서 대신, 일관되고 집요하다고 느껴질 만큼 적극적으로 한국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다.
도건우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은 "대구경북에 한중산업단지를 유치하기 위해선 옌청시와의 활발한 경제교류가 절실하다"며 "특히 대구~옌청 직항 노선 설치 등을 통해 양 도시가 보다 가까워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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