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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라이브클럽 2015… 대구 인디음악 만세!

'대구 라이브클럽데이 2015'에서 인디밴드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이 열정적인 공연을 펼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1990년대는 우리 대중문화에서 찬란한 단면 중 하나였다. 이 시기 주체할 수 없는 젊음으로 무장한 음악이 기성 가요 시장에 돌을 던졌다. 그리고 1995년 4월 일이 벌어졌다. 서울 홍익대학교 인근 라이브 클럽 '드럭'에서 미국의 록 밴드 너바나의 리더인 커트 코베인 1주기 추모 공연이 열렸다. 인근에서 자생한 인디 밴드들이 주인공이었다. 음악계에선 이때를 한국 인디음악의 본격적인 출발점으로 꼽는다.

홍익대 일대를 기반으로 자신들만의 독특한 음악 세계를 이어온 인디음악이 어느덧 20년을 맞았다. 20년 세월 동안 인디음악의 위상은 많이 달라졌다. 멀게는 크라잉넛, 노브레인. 가깝게는 장미여관과 혁오까지. 최근에는 인디밴드들이 공중파 방송을 통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전하며 우리 곁에 다가서고 있다.

한국 인디음악은 20년간 외연이 크게 넓어졌다. 하지만 그 터전은 20년째 홍익대 일대다. 여전히 대구경북지역 뮤지션은 '밥 먹고 살기' 힘들다. 그래서 이번 주 '즐거운 주말'은 '지역 인디음악이 살아야 문화 저변이 확대되고, 실험적 예술을 하는 지역 뮤지션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다'는 마음에 대구 인디음악을 곱씹어본다.

◇'대구 라이브클럽데이 2015' 스케치…현장에서 본 인디음악 축제 "대구에도 이렇게 수준 높은 뮤지션들이!"

"같이 놀면서 즐기면 되는 거예요."

지난달 28, 29일 '대구라이브클럽데이2015'가 열렸다. 라이브클럽데이는 전방위독립문화예술단체 인디053이 올해 대구시 예산 5천만원을 지원받아 추진한 대구독립음악제 중 라이브클럽페스타의 일환이다. 이번 행사 때 무대에 선 뮤지션도, 인디음악 축제를 즐긴 관객도 그간 클럽공연에 목말랐나 보다. 뮤지션들은 "이런 기회가 흔치 않다. 대구 밴드가 다시 살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관객들은 "클럽공연이 이렇게 신나는 건 줄 몰랐다"는 말을 연방 해댔다. 어떤 분위기였기에 이런 말이 나왔을까? 그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자.

◆생동하는 대구 인디음악

강렬한 기타 리프, 때려 박는 드럼 비트, 걸걸한 목소리.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20분 대구시 중구 삼덕동에 있는 클럽 '얼반'을 펑크록 사운드가 뒤덮었다. 음악에 맞춰 20대 청춘 네댓 명은 제멋대로 몸을 흔들다 서로 몸을 부딪치는 슬램을 선보였다. 그 몸짓은 마치 '이것이 젊음'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이들을 펑크 정신 충만하게 만든 주인공, 클럽을 꽉 채운 사운드의 주인공은 3인조 펑크록 밴드 '극렬'. 밴드 극렬과 함께 아무 생각 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새 30분이 지났고 극렬이 준비한 레퍼토리가 끝났다. 공연을 즐기던 이들은 "앙코르"을 연호했다. 극렬이 선택한 앙코르곡은 자신들의 1집 앨범 '청춘기'의 마지막 트랙 '50년 밴드'. 앙코르 무대에는 펑크록 밴드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의 드러머 김명진 씨가 올라 "우리의 꿈은 50년 밴드. 100년이라도 할 텐데♬"라는 첫 소절을 불렀다. 잠시 후 관객은 "우린 랄랄랄랄라~ 우린 랄랄라~♬"라며 한목소리를 냈다.

이날 얼반을 찾은 김락곤(31) 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입대 전까지 '스파월드'라는 펑크록 밴드를 했었다. 전역 후 취업 준비하느라 그리고 직장 생활하느라 음악과 떨어져 지냈는데, 오늘 공연을 보면서 그때 추억이 떠오르면서 '다시 밴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김예지(26) 씨는 "친구 손에 이끌려 얼반에 와서 대구 인디밴드의 클럽공연을 오늘 처음 접했다"며 "오늘 공연한 '노벰버온어스'는 멤버들이 내 또래로 보였는데 음악의 깊이가 남달랐다. 대구 인디음악이 이렇게 수준 높은지 몰랐다"고 감탄했다.

'대구라이브클럽데이2015'의 대미는 이렇게 장식됐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라이브클럽데이는 대구 인디음악의 성지로 통하는 '헤비' 등 6개 공연장에서 인디밴드 24팀이 참가한 인디음악인들의 잔치였다. 대구라이브클럽데이는 2013년 지역 인디밴드의 자생력과 지역 내 클럽공연문화 활성화를 위해 첫선을 보였다.

◆대구 인디음악, 아직은 흐림

일반인에게 여전히 대구 인디음악은 미지의 세계, 생소한 세상이다.

같은 날 오후 8시 45분쯤. 이 시각 대구시 중구 삼덕동 라이브인디에서는 4인조 밴드 '밴디트'의 자작곡 공연이 한창이었다. 관객들은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루브를 타고 있었다. 밴디트의 보컬리스트 최원현 씨가 빠른 비트의 곡을 부르며 관중에게 반응을 구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조용히 후렴구를 따라 부르는 수준에 그쳤다. 당시 공연장 안은 인디053 스태프를 포함해 17명이 전부였다.

오후 9시 30분 얼반에서는 3인조 펑크록 밴드 '플레이후키'가 자작곡 '졸업앨범'으로 힘차게 무대를 시작했다. 이들은 인기 걸 그룹 '2NE1'(투애니원)의 'Lonely'를 펑크록으로 바꿔 부르고, 미국의 유명 록 밴드 '그린데이'의 '아메리칸 이디엇'을 공연했다. 하지만 신나는 펑크록 공연 임에도 관객들은 뮤지션과 함께 뛰며 즐기기보다 감상하듯 앉아있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아직 생소한 인디 뮤지션들의 음악과 생소한 클럽공연 문화에 따른 미지근한 반응이었다. 게다가 이곳 역시 인디053 스태프 혹은 다른 공연장에서 공연을 마치고 온 밴드 멤버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번 라이브클럽데이에 참가한 밴드의 한 멤버는 "솔직히 홍대 인근을 제외하고는 전국적으로 이렇게 공연할 수 있는 클럽도 드물고, 대중의 관심도 저 멀리에 있다. 그러다 보니 공연을 해도 아는 사람들끼리 모이거나 공연 때 반응도 뜨겁지 않은 편이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은 행사를 준비한 인디053도 '풀어야 할 숙제'라고 인지하고 있다.

신동우 인디053 기획팀장은 "일반 관객의 참여가 저조했다. 양일간 200명 정도 공연장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며 "음악 공연은 홍보 방법보다는 얼마나 유명세 있는 뮤지션이 공연을 하느냐가 관객 동원을 좌우하기 때문에 대구 인디음악의 저변이 더 넓어지면 자연스레 해결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반인 대상으로 홍보가 미흡했던 것 같아 다음에는 홍보 방법을 다각화할 필요를 느꼈다"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인디음악이란 무엇일까?

'인디'(indie)는 독립적이란 의미를 가진 영어 단어 'independent'의 줄임말에서 유래했다. 인디음악은 다른 말로 독립음악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인디음악은 음악 유통과정에서 대형 상업 자본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DIY(Do It Yourself) 원칙에 따라 음반을 제작 발매하는 것을 말한다. 즉, 음반 제작과 프로듀싱, 믹싱, 마스터링의 과정을 음악가 스스로 해결하며 유통, 대관, 공연 섭외 등을 소속 독립 레이블이 도와주는 형태이다. 우리나라에서 인디 음악은 자립형 음악을 뜻하며 언더그라운드 음악과 비슷한 뜻으로 쓰인다.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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