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무고한 여성에 수갑 채우고도 사과 않는 대구 경찰

아침 출근길 40대 여성이 지명수배자와 닮았다는 이유로 경찰서까지 끌려갔다가 지문 대조 끝에 풀려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졸지에 지명수배자로 몰려 긴급체포된 피해 여성은 골목길에 세워진 봉고차로 끌려가 수갑이 채워진 채 경찰서까지 끌려가는 봉변을 당했다. 이 여성은 납치인 줄 알고 한동안 공포에 떨어야 했다. 대구 경찰은 열 손가락 지문을 다 찍고 신분증을 거듭 확인한 뒤에야 지명수배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 여성을 풀어줬다.

피해 여성은 긴급체포 당시 신분증을 보여줬지만 경찰은 신분증을 위조했다며 경찰서로 끌고 갔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찰은 피해 여성이 현장에서 바로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아 문제가 불거졌다고 해명했다. 이 여성은 억울하게 수갑을 채워 경찰서로 강제 연행하는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서도 사과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태도가 문제였다는 식의 해명을 늘어놓는 경찰에 더 분노하고 있다. 경찰이 실수임을 확인한 후에도 피해 여성에게 사죄는커녕 석연찮은 해명만 늘어놓았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가뜩이나 긴급체포를 남발한다는 평가를 받는 대구 경찰의 그릇된 법 집행 의식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대구 경찰은 지난해 1천95명을 긴급체포했으나 이 중 40.7%인 446명을 석방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피의자가 사형 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경찰이 긴급체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구 경찰이 이처럼 긴급체포한 후에도 아무런 혐의점을 입증하지 못해 풀어준 사람이 10명 가운데 4명꼴인 셈이다.

경찰이 무고한 시민을 긴급체포하면서 현장에서 신분 확인 절차를 소홀히 한 것도 문제인데, 하물며 엉뚱한 사람을 잡아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서도 사과조차 없이 어물쩍 넘어가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 온갖 범죄자를 상대하다 보면 경찰이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명백한 실수임이 드러났음에도 솔직히 사과하고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만큼 시민들의 경찰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 이번 사건에선 경찰의 몸에 밴 강압적이고 고압적인 의식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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