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醫窓] 이름값

얼마 전 방송을 통해 소개된 미국 뉴욕대학교 심리학자 아담 앨터 박사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스스로를 특별한 사람으로 인식하게 돼 창의적이고 대범한 성격으로 바뀔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름의 중요성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해당된다.

이름은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해 사람이나 사물에 붙이는 고유한 칭호다. 그러나 단순한 호칭 이상의 의미로, 기념할 만한 명성과 영예를 의미하거나 그 사람의 전 인격을 대표하고 상징하는 것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이름은 사람과 사물의 성격이나 특징을 표시하는 역할을 해 온 셈이다.

하지만 본질적 좋은 이름을 가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이름에 맞는 '이름값'을 하는 것이다. 좋은 이름에 걸맞은 행동을 할 때 사람들은 감동을 하고 박수를 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할 때, 좋은 이름은 한순간 오명으로 낙인찍힌다. 이름만 들어도 우리나라 최고의 병원으로 거론되는 한 병원이 메르스 사태의 진앙지가 되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또 세상의 소금과 빛이 돼야 하는 종교계 곳곳의 타락 역시 흔한 뉴스거리가 되어 비아냥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민의 충실한 일꾼이 되어야 할 정치인들은 사리사욕을 채우며 국민들로부터 불신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모두 이름값을 제대로 하지 못해 생겨난 결과다.

예전에는 개인병원 이름에 '○○○ 내과' '○○○ 치과' 등 치료하는 의사의 이름을 자주 사용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사람의 이름 대신 병원의 특성을 강조해 한눈에 들어오기 쉽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독특한 이름을 사용하는 병원들이 많아지고 있다.

종합병원인 경우 기존 진료과목을 세분화해 대상포진클리닉, 탈장센터, 다한증클리닉 등 질병에 따른 각종 특수클리닉을 개설해 특화된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 요청에 따라 지난 2002년 전문과목 명칭 변경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 일부 전문과목 명칭이 개정됐다. 임상병리과가 진단검사의학과로, 정신과가 정신건강의학과로, 일반외과가 외과로, 소아과가 소아청소년과로, 그리고 마취과가 마취통증의학과로 변경됐다. 각 과마다의 진료 특징을 잘 나타낼 수 있는 긍정적인 명칭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하지만 병원들의 이런 명칭 변경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결국은 그 명칭에 걸맞게 의료진의 수준 높은 진료를 통하여 환자들에게 양질의 전문적인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50여 년간의 눈에 띄는 경제 발전과 문화 성장으로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은 이제 세계의 한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개개인이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그 이름에 걸맞은 행동과 처신을 할 때, 개인과 대한민국의 굴기는 계속될 것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