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에 일본 대학'기업에 인턴십 대학생을 보내는 회사를 창업했다. '일본통(通)'으로 한때 20억원의 연매출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일본 쓰나미 피해가 강타하자 계약이 끊기고 회사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서른다섯 살, 잘나가던 회사 대표에서 무일푼 신세가 됐다.
2년의 피 말리는 재도전. 올해 그는 삼성에서 1억원을 투자받는 IT벤처창업가로 재기에 성공했다. 주식회사 '앤(N)빌리지' 최영민(38) 대표의 재창업 도전기다.
"사물인터넷이 대세잖아요. 스마트폰의 다이얼패드(번호판)로 사물에 편하게 명령을 내리는 기술이 있다면 어떨까? 아이디어를 떠올렸죠."
올해 5월 창업한 최 대표는 현재 경북테크노파크(TP) 청년창업지원센터에서 IT벤처의 꿈을 키우고 있다. 그는 '번호 기반 웹 매칭 서비스 및 사물제어프로그램'으로 지난 7월 삼성벤처투자로부터 1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같은 달 경북TP가 주최한 2015 경북 청년창업경진대회에선 대상을 받았다.
최 대표가 개발한 기술은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휴대전화 번호를 한 개의 번호로 지정하듯, 스마트폰의 다이얼 번호와 특수기호로 미리 지정한 사물을 손쉽게 작동시키는 원리다.
그는 올해 1월 이 기술로 특허출원을 냈다. 그는 "스마트 관광안내표지판, 차량정보 습득시스템 등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그는 요즘 경북TP 중개로 일본 교토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지원기관인 '교토 리서치 파크'(KRP) 진출을 준비 중이다.
이만큼의 성공이 있기까지 굴곡이 많았다. 4년제 대학을 다니던 그는 능숙한 일본어 솜씨 덕분에 일본 국제교류업을 하는 회사에 취업했다. 일본 대학과 기업에 지역 대학생을 보내는 인턴십 중개업체였다. 4년간 이곳에서 일한 그는 남다른 수완으로 회사를 독립했다. 이후 그는 일본 시모노세키와 이바라키 현 등의 대학'기업에 대학생을 보내는 인턴십 회사와 여행사를 운영하며 회사를 키웠다. 그러다 2011년 일본 쓰나미 사태가 터졌고, 인턴십과 여행길은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뚝 끊겼다.
"그때는 제가 정말 잘해왔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회사를 정리하고 빈손이 되고 보니 그건 제 착각이었어요." 사업 실패는 비참했다. 신용이 떨어져 통장이나 신용카드도 개설 못 할 처지에까지 몰렸다. 바다에 뛰어들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러 기업지원기관의 문을 두드렸지만, 재기의 희망은 찾을 수 없었다. 상실감은 말할 수 없이 컸다. 매천시장에서 아르바이트까지 했다.
그러다 2013년 우연한 기회에 '사장님의 눈물'이라는 재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한 독지가가 사업하다 망한 창업자들을 위해 통영의 한 섬에서 주최한 2주간의 힐링 캠프였다.
그곳에서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을 만나 겨우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매출 1천억원 기업을 하다 망한 분도 있었어요. 나는 아직 젊은데 한 번 더 도전해보자 싶었죠."
포기하지 않는 사람에게 기회는 결국 찾아왔다. 지난해 9월 KDB산업은행이 주최한 10주간의 스타트업 지원프로그램 참가 기회를 잡았고, 집중적인 멘토링을 받았다. 올해 2월에는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세 번째 문을 두드린 끝에 6천만원의 융자를 받았다. 이 돈은 재창업에 도전하는 소중한 종잣돈이 됐다. 최 대표는 "한 번 실패 후 재기는 정말 어렵다. 재창업을 위한 사회안전망은 여전히 미비하다"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길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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