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다가오면 울렁증이 생깁니다'.
24일 오전 11시 대구 북구 침산동 한 아파트 관리실. 택배 상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곳에 두 명의 경비원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장부를 확인하고, 다른 한 사람은 택배 상자들 틈에서 택배를 찾아 주민에게 전달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기자가 머문 약 20분 동안 택배기사는 끊임없이 물건을 가져다줬고 30초 간격으로 주민들이 찾아와 택배를 가져갔다. 한 경비원은 "명절 연휴 일주일 전후로 택배 물량이 평소보다 3~5배 많다. 택배회사 직원 못지않게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아파트 경비원들이 밀려오는 택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루종일 쏟아지는 택배를 처리하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는데다 택배 문제로 주민들과 잦은 마찰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경비원들의 '명절 고통'은 가구 수가 많은 신축 아파트일수록 더욱 심하다.
북구의 또 다른 아파트는 각 동 경비실이 택배를 관리하는데 한 동만 130가구를 넘는다. 명절이 가까워지면서 밀려드는 택배만 하루 100여 개에 이른다. 동마다 경비원이 1명뿐이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경비원은 "경비실에 취직한 건지, 택배회사에 취직한 건지 모를 정도"라며 "교대를 하더라도 장부와 많은 택배 물건을 일일이 대조해 인수인계해야 하기 때문에 골치가 너무 아프다"고 털어놓았다.
주민들과의 잦은 갈등도 스트레스다. 다른 한 경비원은 "도로명 주소로 바뀌고 나서부터 배달 오류가 나는 경우가 많은데 배달됐다는 문자를 받고 와서 물건이 없으면 다짜고짜 경비원에게 화부터 내는 주민도 많다"고 토로했다. 또한 택배가 없어졌을 때도 온전히 경비원 책임이라 고충이 더하다.
'무인택배함'이 설치된 아파트나 오피스텔도 택배가 몰리는 명절에는 속수무책이다. 달서구의 한 오피스텔에는 약 70개의 무인택배함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 오피스텔 경비원은 "추석 택배는 부피가 큰 게 많아 주로 작은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무인택배함은 무용지물이다"고 말했다.
업무량은 늘어나지만 경비원들은 정작 추석 연휴에 쉬지도 못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경비원 10명 가운데 9명은 명절에 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아파트 경비원은 "명절이라고 아파트에 놀러온 손자 손녀들을 보면 내 손자가 눈에 밟힌다"며 "요즘은 음식 가져다주는 사람도 잘 없어 더 외로운 명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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