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이름 대신 경찰 계급별로 최순경, 최경사, 최경장, 최경위로 부르죠. 곧 다섯째가 태어나면 그 녀석이 순경이 되겠네요."
퇴근하는 최우석(44'대구 달서경찰서 교통관리계) 경감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아빠다" 하는 환호성과 함께 아이들이 뛰어나온다. 하나둘 아빠를 향해 달려오는 아이들은 자그마치 네 명, 아니 다섯이다. 웃으며 맞이하는 부인 송경애(39) 씨의 배 속에 막내까지 포함해서다. 최 경감은 저출산시대에 흔치 않은 다둥이 아빠로 유명하다. "아내와 저는 워낙 아이들을 좋아해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다섯을 낳았느냐, 힘들어서 어떻게 키우느냐는 말씀을 하시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른데요."
최 경감은 '독종'으로 통한다, 평소 성실하고 업무처리도 명확한데다 승진시험이 다가오면 독하게 시험공부에 매진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시험공부를 위해 그는 특이한 '기러기 아빠'가 되기도 했다. 승진시험이 있을 때마다 약 1년간 근무지 근처 고시원을 얻어 출퇴근하며 가족과 생이별을 한 것이다. 순경에서 경장, 경사, 경위, 경감까지 벌써 4번이나 생때같은 아이들과 떨어져 홀로 시험공부를 해왔다.
"월 7만원짜리 고시원에서 퇴근하면 주야장천 공부만 했죠. 주말에도 집에 돌아가지 않았어요. 밥은 거의 사먹고 빨래도 근처 빨래방에서 혼자 해가며 그야말로 고시생활을 한 거죠. 큰딸은 4년이나 떨어져서 지낸 셈이에요."
기러기 아빠 생활 덕분에 28살에 순경으로 경찰에 들어온 그는 14년 만에 경감으로 빠른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업무도 공부도 최선을 다한 최 경감의 성실함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1등 공신은 부인이었다. 부인은 첫 승진시험을 앞둔 그에게 "절대 재수는 없다"며 방을 얻어서 집은 신경 쓰지 말고 공부하라며 등을 떠밀었다. 당시 큰딸이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세상에 이런 아내가 또 없죠. 혼자 아이들을 돌보기 쉽지 않았을 텐데 승진시험이 있을 때마다 따로 나와 공부를 했으니까요. 다 아내 내조 덕분입니다."
아이들이 태어난 시기도 최 경감에겐 특별하다. 순경으로 들어온 뒤 첫째 딸을 얻은 뒤 경장 승진 후 둘째 아들, 경사 승진 후 딸, 경위 승진 후 아들, 그리고 경감으로 승진한 뒤에는 막내가 생겼다. 부부에게 아이들은 승진과 함께 찾아온 특별한 선물인 셈이다. 그래서 경찰 가족답게 태어난 시기에 따라 순경, 경장 등 경찰 계급을 별명으로 붙여주기도 했다. 최 경감은 "최근에는 첫째가 경찰 계급에 대해 배워서 큰딸인 자신의 직급이 제일 높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해서 순경에서 경감으로 바꾸고 서열정리를 했다"며 웃었다.
2년 뒤 또 한 번 승진시험을 앞둔 그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승진을 하게 되면 여섯째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다. "그때가 돼봐야 알겠지만, 아내 건강도 생각해야 하니 고민이 될 것 같아요. 그래도 여섯째가 생긴다면 기쁜 마음으로 여섯둥이 아빠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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