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병, 한국사를 말한다/박진용 지음/ 매일 P&I 펴냄.
정부의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로 논란이 한창인 요즘, 2014년 발간한 고교 한국사 검인정교과서 10종과 2010년 발간한 국정교과서 1종을 읽고, 이를 비교분석'비판한 책이다.
지은이는 1952년에 태어나 6'25전쟁 폐허, 1960년대 호롱불, 1970년대 고속도로, 1980년대 자가용, 1990년대 해외여행과 IMF 사태라 불리는 외환위기, 2000년대 인터넷 등 전혀 다른 세상의 물결을 체험했다. 독재정치와 민주정치, 시민정치, 남북대립과 한미대립, 남남갈등, 보수와 진보 대립, 혁신, 가난과 성공, 복지까지, 다른 어떤 세대보다 많은 변화와 갈등, 부침과 개벽을 경험했다. 여기에 신문기자로 33년을 근무했고, 7년째 대학강단에 서 있는 교수라는 점을 통해 그의 정체성을 유추할 수 있겠다.
후배 기자로 지은이를 지켜본 느낌을 더하자면 '그는 자신에게든 타인에게든 매우 엄격한 사람'이다. 사실 관계를 밝히는 데 '인정'을 베풀거나 '여지'를 두지 않는 치밀한 사람이기도 하다. 이 같은 정체성을 가진 지은이가 현재 발간되어 있는 고교 한국사 11종을 모두 읽고, 분석한 것이다.
지은이는 이렇게 말한다.
"현행 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불량품이다. 국가 대표서적으로서 자격을 상실했다. 나라의 지향과 보편적 역사인식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분석한 11종 가운데 교과서로 추천할 만한 책은 1종에 그쳤다. 비색사관, 부정사관이 책을 어지럽히고 있다."
덧붙여 "다양성을 확보하겠다며 검인정교과서 체제를 도입해놓고, 시민단체 등에서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해 학교들이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취소하는 도착적 상황이 연출됐다"고 지적한다. 현재 고등학교의 검인정교과서 채택비율은 미래엔 33.2%, 비상교육 29.4%, 천재교육 16.0%, 금성 7.5%, 지학사 6.1%, 리베르 4.1%, 두산동아 3.5%, 교학사 0.1%, 기타 0.1%다.
이 책은 현행 검인정교과서 상당수가 평범한 고등학생이 읽을 경우 편향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 많음을 보여준다. 사실 관계를 그대로 기록하기보다는 수식어를 동원해 어떤 쪽은 찬양하고, 어떤 쪽은 비하한 사례가 많다. 행위 주체를 빼 버리거나, 의미를 과대, 과소평가한 부분도 많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 역사에서 매우 중요하고 거대한 문제와 부분적 문제를 동급으로 평가해 기록한 경우도 있다. 북한의 도발사건은 빼버리고, 북한정권의 선전을 그대로 수용해 쓰는 경우도 많다. 북한의 독재는 감싸는 경향을 보이고, 한국의 독재는 강한 어조로 비판한 책도 많다. 교과서마다 지도의 경계가 달라 혼란스러운 부분도 있다.
책은 6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에서는 어떤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볼 것인가를 주제로, 현행 교과서들의 취약점인 비색사관, 부정사관의 맥락을 짚는다. 2장에서는 역사기술의 가치와 윤리, 방법론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3장에서는 한국사 서술의 12가지 중요한 과제들의 해결 방안을 담고 있다. 중구난방으로 사용하고 있는 역사용어문제를 비롯해 상무정신, 사대주의, 식민사관, 이승만과 박정희, 동북공정 등을 살펴본다. 4장부터 6장까지는 11종 교과서 분석내용을 보고서 형식으로 정리했다. 단원별로 일일이 분석하고 총평했다.
지은이는 현재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에 대해 "논란의 핵심은 국정-검인정이 아니다. 정상과 비정상, 선의와 악의의 구도에 있다. 비정상과 악의를 시정한 뒤라야 국정 혹은 검인정 논란이 의미를 지닐 수 있다" 며 "좌파나 우파가 아닌 대한민국의 편에서 우리 역사를 밝히고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기자는 현행 검인정 한국사 체제를 '국정화'로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박진용의 책 '역사의병(義兵), 한국사를 말한다'를 읽고 난 느낌은, 현행 검인정교과서로 대한민국의 학생들을 가르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410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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