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수능이 끝나고 나면 각종 이의 제기가 쏟아진다. 올해 수능 국어에서는 어휘 문제가 난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다 보니 대부분의 이의 제기가 어휘 문제에 집중되었다. 가장 이의 제기가 많았던 문제는 사전을 통해 어휘를 이해하는 14번 문제와 '거치다'를 적절한 한자 어휘로 대체하는 30번 문제로 신문에 기사화되기도 했지만, 사실 이의 제기를 할 만한 문제는 아니었다. 이 문제들은 이의 제기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거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예비 수험생들에게는 수능에서 어떻게 생각하면 틀리게 되는지, 어떻게 해야 틀리지 않을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반면교사가 된다.
먼저 사전을 통해 어휘를 이해하는 문제는 아래와 같은 사전 정보에 대해 "'같이하다'의 문형 정보 및 용례를 보니, '같이하다'는 두 자리 서술어로도 쓰일 수 있고, 세 자리 서술어로도 쓰일 수 있군."이라는 답지를 제시하고 있다.
같이-하다[가치--](동사)【(…과)…을】
① 경험이나 생활 따위를 얼마 동안 더불어 하다.
¶친구와 침식을 같이하다/평생을 같이한 부부
② 서로 어떤 뜻이나 행동 따위를 동일하게 가지다.
¶그와 의견을 같이하다/견해를 같이하다
학생들의 대부분 이의 제기는 사전 정보를 통해서는 세 자리 서술어가 될 수 있다는 말의 근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전의 문형 정보인 '【(…과)…을】' 부분은 주어와 서술어 외에 필수 성분을 나타내는 것으로, '…과'가 필수 성분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문에 있는 것처럼 '친구와 침식을 같이하다'라고 하면 세 자리 서술어가 되고, '부부가 평생을 같이하다'라고 하면 두 자리 서술어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서술어의 자릿수와 사전을 보는 방법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주어가 생략된 것은 생각하지 않고 판단했기 때문에 많이 틀린 것이다.
또 다른 문제에서는 "이 분쟁은 두 차례의 판결을 거쳐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의 '거쳐'를 바꾸어 쓸 수 있는 말로 '경유(經由)하여'를 오답으로 제시했는데, '재판을 경유하다'와 같은 말을 법조계에서 흔히 사용하기 때문에 정답이 될 수 있다는 이의 제기가 많았다. '…을 거치다'의 문형인 경우 '대구를 거쳐 서울에 갔다.'처럼 '도중에 어디를 지나거나 들르다.'의 뜻으로 사용되는 경우와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갔다.'처럼 '어떤 과정이나 단계를 밟다.'의 뜻으로 사용되는 경우, '그의 손을 거쳐 완성이 되었다.'처럼 '검사하거나 살펴보다.'의 뜻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첫 번째 의미는 '경유하다'로 바꾸어 쓸 수 있지만, 나머지는 바꾸어 쓸 수가 없다. 그런데 '경유하다'는 도중에 지나치는 지점이 추상화되어 '사무 절차에서 어떤 부서 혹은 담당자'의 의미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오해하기 쉬운 면이 있다. 그러나 문제에서 말하는 '두 차례의 판결'은 사무 절차상의 어떤 부서가 아니라 '과정이나 단계'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유하다'로 대체하기가 어렵다. 법조계에서 사용한다는 '경유하다'라는 말도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1심 재판부를 경유하다.'와 같이 부서를 거친다는 뜻으로 사용되거나 아니면 아직 인정을 못 받고 잘못 사용하는 경우이기 때문에 일상적인 언어와 차이가 있다.
대개 순우리말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는 반면 한자어는 제한된 의미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두 가지 모두 알면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도 시험에서 이러한 문제가 계속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 예비 수험생이라면 표준국어대사전을 많이 찾아보고, 여러 어휘를 많이 사용해 보는 것이 가장 좋은 시험 대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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