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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예술은 행정의 시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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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국왕 펠리페 4세를 위해 왕실 화가로 일하던 디에고 벨라스케스(1599~1660)는 1656년 서양미술사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시녀들'(Las Meninas)이라는 그림을 그렸다. 지금은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에 걸려 있는 이 작품은 스페인 궁중의 일상을 스냅 샷처럼 담고 있다. 화면 가운데에는 다섯 살 난 공주 마가리타가 시녀들의 시중을 받으며 등장하고 있다. 좌측으로 천장에 닿을 만큼 커다란 캔버스가 세워져 있고 화가는 그 앞에 자신의 모습을 그려 넣었다. 붓질을 멈추고 화면 밖으로 시선을 던지고 있는 벨라스케스, 강렬한 자존이 느껴지는 화가의 모습은 마치 군주처럼 당당하다.

후경에 걸려 있는 거울 속에 국왕 부부의 모습이 비친다. 벨라스케스를 위해 모델을 서고 있는 모습이 반사된 것일까? 아니면 캔버스에 그려진 인물들이 반사된 것일까? 여전히 그림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역사 속 권력자 펠리페 4세나 마가리타의 이름은 이미 오래전에 잊혔지만 작품 속 왕과 공주는 시대와 국가를 초월해 계속해서 기억되고 있다는 점이다. 영원한 삶을 누리고자 했던 중국 진시황제의 실패한 '불로초 프로젝트', 서구의 권력자들은 예술에서 그들만의 정신적 '불로초'를 발견한 것 같다. 이 정도면 왜 그토록 수많은 교황들과 군주들이 앞다투어 당대 최고의 미술가를 모셔가기 위해 서로 경쟁을 했는지 이해가 된다.

과거의 예술이 권력을 위해 '봉사'했던 '시녀'였다면, 이 시대의 문화'예술은 선택이 아니라 전기와 수도같이 생활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재'가 되었다.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가 전례 없이 뜨거운 지금, 이 같은 사회적 요구에 대한 응답으로 곳곳에 미술관을 비롯한 문화공간들이 지어졌고, 또 지어질 예정이다. 우리의 삶이 보다 풍요로워질 수 있다면 이보다 반가운 일이 또 어디 있을까?

그런데 문화를 전봇대를 세우고 수도배관을 까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정책과 행정이 큰 문제이다. 그중 가장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시 산하 문화예술 기관에 일반 행정직들이 파견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미술관이 무엇을 하는 기관인지는 고사하고, 단 한 번도 찾아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행정직으로 파견이 된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그마저도 시시때때로 인사이동이 있다면? 문화예술기관에는 각 기관의 성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적합한 행정인력의 파견과 안정적 인사관리가 시급하다.

모방을 통해 짧은 시간 안에 자동차 강국이 될 수는 있었지만, '문화 강국'이라는 슬로건 하에 문화적 고속성장은 일어나지 않는다. 문화와 예술에 대한 본질적 접근 없이 세워진 수많은 기관들이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지 이제는 짚고 넘어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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