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중심축의 변화] <4·끝>대구 도심의 변화

대구의 모태가 되는 달성토성을 비롯해 영남지역을 관할하던 경상감영, 대구읍성 등 대구 도심 곳곳에 남아 있는 문화재와 역사가 되살아나고 있다. 대구시 제공
대구의 모태가 되는 달성토성을 비롯해 영남지역을 관할하던 경상감영, 대구읍성 등 대구 도심 곳곳에 남아 있는 문화재와 역사가 되살아나고 있다. 대구시 제공

대구 도심이 변하고 있다. 도심 공동화, 낡고 오래된 건물 등 수십 년간 무관심 속에 버려졌던 대구 도심이 각종 역사와 문화재에 대한 관심과 복원 작업으로 최근 들어 하나둘씩 다시 살아나고 있다. 근대 문화 자산을 간직한 역사 도심으로, 볼거리 가득한 문화예술 공간으로 대구시민과 외부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활기를 되찾고 있다. 거리마다 관광객들과 방문객들의 발길이 늘어나면서 사람들로 북적이고 상권도 활성화되는, 살아 있는 도심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역사 전통 복원

대구는 다른 지역과 달리 전쟁의 직접적인 피해를 받지 않아 문화재, 한옥, 근대 건축물 등이 잘 보존된 편이다. 도심 곳곳에는 대구의 모태가 되는 달성토성을 비롯해 300년 이상 영남지역을 관할하던 경상감영, 대구읍성 등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러나 이들 문화 자산들은 무관심 속에 방치됐고, 이곳을 찾는 발길도 찾기 힘들었다. 그러나 최근 우리의 잊힌 역사를 되찾자는 시도가 민관에서 일기 시작했고, 하나 둘 다시 시민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대구읍성

대구 중심부에는 과거 거대한 읍성이 있었던 흔적이 곳곳에 있다. 대구읍성은 선조 23년(1590년) 도심에 약 2.7㎞ 길이로 세워졌지만 왜군의 침략으로 훼손과 재건 등을 수차례 거쳤다. 이후 영조 12년인 1739년 대대적인 공사를 거친 뒤엔 160년 넘게 대구를 지켰지만 일제강점기 친일파 관리와 일본인들에 의해 강제로 철거됐다. 이후 읍성 돌은 도심 곳곳으로 흩어졌고 하수구 마개, 주택 담장, 화단 등으로 사용되며 방치됐다.

그러다 몇 해 전부터 도심재생사업의 하나로 '대구읍성 돌 모으기 운동'이 시작되면서 대구읍성이 다시 기억되기 시작했다. 행정기관과 시민이 힘을 모아 일제가 무너뜨렸던 읍성을 다시 복원해보자는 운동이 일었고, 시민들은 마당 정원석이나 계단으로 사용되던 읍성 돌을 기증했다. 재건축, 건물 공사 현장에서 읍성 돌 수십 개를 한꺼번에 발견하기도 했다.

이렇게 모인 읍성 돌은 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 돌을 이용해 성벽 이미지를 딴 중앙분리대 조형물을 만드는가 하면 북성로 읍성 기저부 터에 방탄유리를 깔아 돌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한 거리박물관 조성도 추진되고 있다.

◆달성토성

우리나라에서 보존이 가장 잘 된 토성으로 평가받는 달성토성은 오랫동안 대구의 자랑거리였다. 16세기 후반 경상감영이 현재 위치에 자리 잡기 전 감영을 이곳에 두기도 했다. 달성토성은 1963년 국가가 보존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는 문화재인 사적으로 지정됐다. 1970년에는 달성공원에 동물원을 조성, 최고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다. 대구시는 달성공원의 동물원을 이전하고 달성토성을 복원하는 사업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어 토성이 복원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달성토성은 물론 주변까지 수십 년간 이렇다 할 개발이 없었다. 이에 도심공동화 현상과 함께 인근 주택가에도 빈집, 폐가가 속출하면서 슬럼가로 변해갔다. 그러나 최근 달성토성과 주변 지역을 보는 눈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근대 모습 그대로 보존된 골목길과 오래된 주택이 많은 점을 재발견해 문화 콘텐츠로서 가능성을 새롭게 보기 시작한 것이다. '달성토성과 함께하는 행복마을 프로젝트' 등 달성토성 인근 동네에 대한 집 수리, 기반 시설 정비 사업 등도 진행되면서 달성토성 인근 지역이 달라지고 있다.

♣지역 대표 명소

최근 도심 개발은 철거나 재개발이 아닌 원형 그대로를 보존해 그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 지역 예술가, 주민, 행정기관을 중심으로 추진된 도심재생사업 결과 최근 대구 골목 곳곳은 근대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해 사람들이 몰리는 관광지로 재평가받고 있다.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어두컴컴한 밤이면 인적이 드물었던 중구 대봉동 김광석길은 시민들과 각 기관이 힘을 합친 끝에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명소로 거듭났다. 약 350m를 따라 좁은 골목길에는 가수 김광석을 추억할 수 있는 벽화, 고즈넉한 카페 등이 자리 잡았다. 김광석길에 사람들이 모여들자 인근 방천시장까지 살아나기 시작했다. 최근 대구시가 진행한 '대구 하면 떠오르는 것'이란 설문조사에서 김광석길이 팔공산, 동성로에 이어 세 번째로 꼽혔다. 또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대표 관광지 100곳'에 선정되기도 했다. 중구청은 관광지로 거듭난 김광석길 주변의 골목길 12곳을 추가로 지정, 또 다른 관광 콘텐츠 개발을 준비 중이다. 시민, 관광객들이 찾아와 김광석 외에 즐길거리를 추가로 개발하고 인근 대봉동의 역사 자료 전시 공간을 마련하는 등 시민들의 향수를 자극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북성로 공구골목

낡은 공구상들이 즐비한 중구 북성로 역시 낙후된 도심으로 과거 화려했던 시절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제강점기였던 1905년 경부선의 개통으로 현재 대구역과 북성로를 중심으로 의류, 책, 시계 등 생활용품 상점 등이 있는 큰 상권이 형성됐다. 당시에는 드물던 엘리베이터가 있던 백화점까지 있어 대구는 당시 조선의 긴자(일본 도쿄에 있는 고급 상가)라고 불릴 정도였다. 한국전쟁도 북성로에 또 한 번 번성의 기회를 가져다줬다. 북성로 주변에 미군보급창, 미군부대 등이 들어서면서 군수물자가 이곳으로 흘러나왔다. 이에 현재 북성로 1, 2가를 중심으로 대구중공업, 조선철공소, 만물상회 등 현재의 공구골목으로 성장한 배경 상권이 형성됐다.

이후 지저분한 거리로 변해 기억에서 사라졌던 이 길이 변신을 꾀하고 있다. 과거 역사 자료와 이곳에 오래 거주한 주민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북성로의 타임라인', '북성로의 어제와 오늘' 등 각종 이야깃거리가 만들어졌다. 또 북성로 곳곳을 공구 장인들의 마을로 꾸밀 '북성로 역사전통마을'을 만들기도 구상 중이다. 북성로에서 오랜 세월 장인으로 살아온 공구 기술자들을 선정, 공업 기술 자료를 수집하고 디자인 전문가들과 힘을 합쳐 공구골목으로 꾸미겠다는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의 중심가가 역사와 전통, 이야기가 있는 길과 골목으로 살아나면서 생기와 활기가 넘치기 시작했다"며 "대구 곳곳에서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중심축들을 잘 살리면 대구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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