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 칼럼] 국민경제 방치하는 4류 정치 안되기를

1956년 상주 생. 계명대학교 대학원 경영학박사. 민주평통자문위원. 한국세무사회 사회공헌위원장. 세금바로쓰기납세자운동 대구경북회장
1956년 상주 생. 계명대학교 대학원 경영학박사. 민주평통자문위원. 한국세무사회 사회공헌위원장. 세금바로쓰기납세자운동 대구경북회장

1997년 구조조정 무시 외환 위기 자초

공공·가계·기업부채 가파르게 증가

美 금리 인상에 수출·경기 하락 예고

국회는 경제·노동 법안 빨리 처리해야

1993년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고 혁신을 외친 우리나라 1등 기업 대표가 1995년 중국 베이징 국빈관에서 "우리나라 기업은 2류, 관료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말했다가 YS의 냉대로 혼쭐이 난 일이 있었다. 이 말은 1997년 외환위기로 금융과 기업을 헐값에 내다 팔고 중산층이 파괴되면서 정확히 증명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가 나아지기는커녕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쓸모가 없을 지경이다.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의 정치권은 진영 논리와 낡은 진보의 틀에 묶여 경제를 돌보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심판의 대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우리 경제가 현재 '위기다''아니다'라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우리의 경험상 갑론을박이 제기되는 경우에는 위기임이 분명하다. 역사적으로 임진왜란 등 외세의 침략을 받은 것도 위기의 주장을 무시한 결과다. 1997년 외환위기 역시 여러 가지 시그널을 보내왔음에도 정치권이 구조조정을 무시했다. 참담한 결과였다. 고통은 오롯이 국민 몫이었다.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는 선제적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국민은 실패한 후 재기한 역사보다는 위기를 헤쳐 낸 슬기로운 역사를 원한다. 그만큼 고통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는 다가오고 있다. 미국의 제로 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기준금리를 0.25~0.50%로 인상시켰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의 금리인상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외환 위기 때 궁지에 몰린 은행은 가차없이 금리를 올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공공부채와 가계부채 그리고 기업부채, 즉 이들의 트리플 부채 금액이 지나치게 증가된 것이 문제다. 아직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지도 않았는데 시중은행은 벌써 대출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과 내수 및 수출 경기 둔화는 예고되어 있다. 여기에 기업구조조정의 어려움까지 겹쳐지면 국민경제 전체에 복합적인 충격이 가해져 커다란 위기를 맞게 된다.

공공부채는 2008년 577조원에서 2014년에는 957조원으로 늘었고 2015년 1천조원으로 가파르게 증가된다. 가계부채도 2008년 688조원에서 2015년 1천419조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가계부채 비율은 169.8%로 OECD 평균 130.5%보다 훨씬 높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국들은 비율을 낮추었지만 우리는 오히려 30%가량 늘었다. 기업부채는 2008년 1천742조원에서 2015년 2천350조원으로 늘어난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의하면 주요국의 명목 GDP 대비 기업핵심부채 비율이 영국 20.1%포인트(p), 일본 5.2%p, 독일 3.6%p, 미국 1.1%p로 감소하였는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2.1%p 증가했다. 유동성 부족을 겪을 수 있는 위험한 업종은 조선업(62.5%), 건설업(28.7%), 철강업(24.2%) 순이며, 부실이 우려되는 기업부채의 비중은 21.2%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16.9% 수준을 훨씬 넘어선 수준이다. 경기가 1.5% 낮아지고 금리가 1.5% 오르면 위험기업 수가 24.1%로 늘어나고 위험부채 비중도 32.5%로 급증한다는 보고다.

빚을 돌려막는 좀비기업은 결국 금리 인상으로 한계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좀비기업들은 해당 업종만이 아니라 산업 전반의 투자와 고용을 깎아내리고 대출해 준 금융회사까지 위험하게 만든다. 선제적이고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과 기업활력제고법(원샷법)을 원안대로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구조조정에는 대기업, 중소기업을 구분하지 말아야 한다. 대우그룹 부도 해체를 통해 대기업의 구조조정이 늦어지면 그 피해는 더욱 커진다는 것을 국민들은 익히 알고 있다. 기업구조조정을 원활하게 돕고 청년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노동개혁 5개 법안과 일자리 69만 개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함께 통과시켜야 한다.

국회의장은 지금의 한국경제는 외환위기와 글로벌금융위기보다 더 위험한 경제 비상사태임을 직시하고 경제노동관련 법안을 식물국회에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눈물의 법안처리 호소 편지만으로는 부족하다. 국회의장의 마지막 소임은 직권상정까지이다. 이제는 정치가 경제를 받치고 경제가 국민을 받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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