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으로 한반도는 위기의 연속
중국의 역할 기대하지만 별 성과 없어
한국이 외교적 지렛대 가지지 못하면
감당하기 버거운 경우의 수 너무 많아
북한은 지난해 12월 29일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 김양건이 평양~신의주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김양건은 지난 30여 년 대남 대외 업무를 총괄했으며, 여러 번 우리 쪽을 방문한 세련된 대남일꾼 외교관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 그였기에 사망을 둘러싸고 국내파와 해외파 간의 권력 암투설, 교통사고를 위장한 살해설 등이 끊이지 않고 제기된다. 그런 중에 북한은 지난 1월 4일 수소탄 핵실험을 성공리에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예고 없는 기습적인 제4차 핵실험으로 까맣게 몰랐던 우리나라, 미국이나 중국 등을 또 한 번 소스라치게 했다. 이어 지난 1월 11일 북한의 2인자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제1위원장 옆에서 무릎까지 꿇고서 대화하는 모습이 방영됐다. 최근 공포정치로 인한 북한사회의 경직성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쯤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지만, 뭔가 드라마 같은 한 편의 이야기가 꿰매지는 것 같지 않은가?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의 처형이나, 평소 이모부로 불렸다는 김양건의 죽음에서 느낄 수 있는 게, 두 사람 공히 북한 같은 절대권력 체제에서 '혈연 아닌 혈연 같은' 특수 신분에 대한 과신이 어느덧 깔려 있지 않았냐 하는 거다. 상상하건대, 장성택은 대중(對中) 무역을 자기가 알아서 해도 어느 누가 뭐랄까, 김양건은 남과 북이 어렵사리 회복되는 듯한 시점에서 강경파가 감행하려는 핵실험이 국제 정세를 도외시한 '철부지 같은' 짓거리라고 반대해도 어느 누가 뭐랄까 하는 자만 같은 게 없었을까? 중국과의 교역은 김정은 경제체제에서 미약하나마 생기를 돌게 하는 장마당의 원동력이겠고, 또 김정은 자신이 "핵전쟁 위험으로부터 나라의 자주권과 민족의 생존권을 철저히 수호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라고 공언한 핵실험이었기에, 소위 절대존엄 외에는 누구도 감 놔라 대추 놔라 할 수 없는 사안들일 것이다. 결국 장성택이나 김양건 같은 대화파들의 죽음으로 강경 군부세력이 강해지며 김정은 체제가 더 돈독해지는 듯하겠지만, 강경 일변도만으론 체제의 안전을 확보할 순 없을 것이다.
북한은 이렇게 장거리 미사일의 발사를 포함하여 핵실험을 계속해 왔고, 핵탄두 소형화 경량화라는 궁극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계속하리라 예상된다. 그간의 유엔 제재나 우리를 포함한 우방국들의 제재도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음이 판명된 오늘이다. 그러면 시각을 달리하여 중국이나 러시아에서는 상황 인식이 어떨까? 북한의 핵실험을 중지시킬 수 있다고 생각할까? 북한의 핵개발을 중지시키기 위해서는 북한에겐 생명줄인 원유 및 물자 공급을 차단해야 하는데, 그럼에도 버티다 졸지에 무너지면 누구에게 좋을까? 대한민국에서는 대놓고 '통일은 대박'이라 외치고 있는데 말이다. 남쪽에 주둔하는 미군은 바로 압록강 두만강까지 올라가 중·러와 대치하게 될 텐데, 또 북한이 개발한 핵무기는 대한민국이 원하건 않건 그 손아귀에 떨어지게 되는데, 이를 어쩔 것인가? 중·러 양국은 일관되게 '한반도의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지 않은가. 목하 고분고분하지 않은 김정은 정권으로 말미암아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곧 다가올지도 모르는 '한반도의 비핵화' 문제에 대비해선 중-러 공히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할지 항상 고민에 고민을 더할 것이다.
한·중 국가원수 간 친밀 관계가 국익 앞에서는 큰 역할을 못하고 있음을 본다. 우리가 부질없이 기대(wishful thinking)해서이지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다. 우리 자신이 외교적 지렛대(leverage)를 갖지 못하는 한, "중국이 나서야 할 때다, 미국이 나서야 한다"고 아무리 고함쳐도 속절없으리라. 북한이 졸지에 무너지면? 한·미 공조 관계로 지체할 때 러시아군이 흑해 크림반도에 진입하듯 만에 하나라도 북핵 안전관리를 빌미로 중국군이 평안·함경지역에 기습 진입하면? 한반도의 비핵화와 관련하여 미'일이 중국의 개입을 결국 양해하며 협상의 테이블로 가면? 등등 하여 우리에겐 감당하기 버거운 경우의 수가 너무나 많다.
줄곧 최악의 경우만 상정(想定)하는 걸까? 우리가 행할 전술전략의 준비가 필요한 때다. 한반도는 위기의 연속이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