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의도 통신] '진박투어'가 남긴 것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의 'TK 진박(眞朴)투어'가 3일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달성),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대구 동갑)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끝으로 일단 마무리됐다. 최 의원이 여의도로 복귀하자마자 강행군에 나선 건, 진박 후보들의 예상외 부진 때문이었다.

'협찬 정치'로 진박의 당내 경선 승리를 돕기 위해 시작한 진박투어에서 그는 "현역 TK의원은 4년간 무엇을 했느냐"며 연일 쓴소리를 뱉어냈다. '진박''용박'(用朴) 논란은 그의 개소식 참여 여부로 어느 정도 가려졌다. 투어 효과는 좀 더 지켜볼 일이지만 당장에 민심이 확 바뀐 것 같지는 않다.

'박근혜'라는 대표 브랜드를 들고 그와 대척에 선 유승민계 '현역 물갈이'를 외치는 진박들. 그런데 기대와 달리 신통찮은 반응은 왜일까.

2007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서 활동했던 한 인사의 말을 들어보자.

"진박의 '대구침투작전'엔 몇 가지 실책이 보인다. 먼저 진박 후보들의 스토리 빈약이다."

진박으로 감별된 그 어느 후보도 대통령과의 이야깃거리가 부족하다는 것이 첫 번째 실책이란다. 이 정부 들어 청와대 또는 정부에서 일한 경험은 있지만, 딱히 대통령과의 인연을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는 것.

그는 "진박이라면 '엔빅스' 모임 회원증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엔빅스는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여의도 엔빅스빌딩에 차려진 박근혜 후보 캠프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는 "경선 패배 후 인근 호프집에서 울분을 토하며 슬픔에 잠겨 눈물을 흘렸던 멤버 입장에서 보면, 어려운 시절 다 넘기고 정권을 잡은 뒤 대통령과 맺은 인연만으로 진박 행세를 하니 스토리도 없고, 진정성도 인정받지 못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다른 인사는 이른 공습시기를 지적했다. "소위 낙하산 부대는 기습 공격 시 성공 가능성이 높은데, 너무 일찍 대구로 향했다. 작전 미스다. 물론 김무성 대표의 상향식 공천 방침이 있었다고 하나, 별반 무기도 없이 작전지역에 투입돼 유권자들에게 검증의 시간을 줘 '물음표'를 달게 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인사는 현역 의원의 교체 이유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필자가 보기에 가장 큰 실책은 대구 민심에 대한 간과이다. 그냥 '대통령을 위해 찍으라'는 것은 대구 시민들을 깔보는 일이며 주권자의 뜻을 무시하는 처사다. 정책, 비전을 제시해 신뢰를 얻는 것이 표심에 다가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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