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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문의 한시 산책] "하지마…하지마…해줘" 오묘한 여자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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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자님께 청함(將仲子)

작자 미상

청컨대 중자님은/ 우리 마을로 넘어오지 마세요/ 제가 심은 버드나무 꺾지 마세요/ 어찌 그따위를 아끼겠어요/ 우리 부모님이 무서울 뿐이에요/ 중자님은 사랑스럽지만/ 부모님 말씀도/ 무서워요// 청컨대 중자님은/ 우리 집 담장으로 넘어오지 마세요/ 제가 심은 뽕나무를 꺾지 마세요/ 어찌 그따위를 아끼겠어요/ 나의 오빠들이 무서울 뿐이에요/ 중자님은 사랑스럽지만/ 오빠들의 말도/ 무서워요// 청컨대 중자님은/ 우리 채마밭 울타리를 넘어오지 마세요/ 제가 심은 박달나무 꺾지 마세요/ 어찌 그따위를 아끼겠어요/ 입방아에 오르는 것 무서울 뿐이에요/ 중자님은 사랑스럽지만/ 입방아에 오르는 것도/무서워요

將仲子兮(장중자혜) 無踰我里(무유아리) 無折我樹杞(무절아수기) 豈敢愛之(기감애지) 畏我父母(외아부모) 仲可懷也(중가회야) 父母之言(부모지언) 亦可畏也(역가외야)// 將仲子兮(장중자혜) 無踰我墻(무유아장) 無折我樹桑(무절아수상) 豈敢愛之(기감애지) 畏我諸兄(외아제형) 仲可懷也(중가회야) 諸兄之言(제형지언) 亦可畏也(역가외야)// 將仲子兮(장중자혜) 無踰我園(무유아원) 無折我樹檀(무절아수단) 豈敢愛之(기감애지) 畏人之多言(외인지다언) 仲可懷也(중가회야) 人之多言(인지다언) 亦可畏也(역가외야)

중국 고대의 시가집 시경(詩經)에 수록된 시다. 보다시피 이 작품은 작중 화자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요청하는 내용의 단순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다. 부모님이/ 오빠들이/ 입방아가 무서우니, 마을도/ 담장도/ 채마밭 울타리도 넘어오지 말고, 내가 심은 버드나무도/ 뽕나무도/ 박달나무도 제발 꺾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비슷한 내용이 3번이나 반복되다 보니 이 작품에는 '마세요'가 무려 6번이나 등장한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작중 화자는 중자님이 자기 집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아주기를 재삼 간절하게 요청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화자가 정말 사랑하는 남자가 발걸음을 뚝, 끊어, 자기 집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아주기를 이처럼 간절하게 바라고 있을까? 아니다. 결코 그렇지는 않다. 그녀는 애인이 올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는 동시에 애인이 오기를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다. 애인이 오면 큰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애인이 안 올까 봐 엄청 조바심을 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하지 마세요'와 '하지 말지 말아주세요'가 동의어가 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다. 하지 말라고 요청하면 요청할수록 애인이 막무가내로 점점 더 가까이 쳐들어오는 데서 생기는 엄청난 두려움과, '애인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이 뒤범벅이 되어 모순의 극치를 이루는 정말 오묘한 여성의 심리! 그와 같은 여성의 심리를 이 시보다 쉽고도 단순하게 포착해낸 시를 나는 아직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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