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이 떠난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지만 갑자기 슬럼가가 된 듯합니다."
경북도청이 안동 신청사로 이전한 뒤 주변 상권 침체와 우범지대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23일 찾아간 도청 이전터 주변은 썰렁했다. 점심 시간이면 인파로 북적이던 도청 후문 인근의 한 식당 홀엔 주인만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주인 김모 씨는 "평소 점심땐 손님이 가득했는데 직원이 다 떠난 오늘은 딱 두 팀이 식사했다. 매출의 80%가 줄었다"고 했다. 그는 "주변 상인 모두 앞으로 어떻게 살지 막막한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대구체육관 주변 주택가에는 빈방이 갑자기 늘어났다. 이곳 원룸 주인은 "혼자 살던 미혼 직원들이 많았는데 도청 이전으로 함께 떠나면서 현재 방 절반이 비어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어둠이 깔리면서 도청 이전터 주변은 더욱 썰렁해졌다. 이날 오후 8시쯤 찾은 청사 정문 주변에는 공사하다 남은 쇠 파이프가 곳곳에 쌓여 있었다. 한쪽에는 포대 자루 10여 개가 포개져 있었고 바닥에는 전깃줄이 엉켜 있었다. 성북교로 이어지는 인도와 접한 상가 3곳은 폐업한 채 방치돼 있었다. 인근에서 편의점을 하는 이모(50'여) 씨는 "도청 이전 후 유동인구가 눈에 띄게 줄었고 일부 상가는 비어 있어 주변이 을씨년스럽다"고 말했다.
빈 도청 터가 우범지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밤늦게까지 야근하던 직원들로 불을 밝혔던 건물이 이제는 덩그러니 방치된 상황이다. 건물 계단 주변엔 청테이프와 끈 조각, 담배꽁초 등이 나뒹굴고 있었다. 청사 정문을 지키는 산격지구대 소속 한 경찰관은 "도청 터가 워낙 넓고 어두운 곳이 많아 누군가 집기를 훔쳐가거나 파손할 우려가 있다. 또 청소년들이 몰래 들어와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울 수도 있어 2시간에 한 번씩 순찰차가 청사 내부를 돌고 있다"고 말했다.
북부경찰서는 청사 경비를 강화했다. 산격지구대는 야간에 청사 정문 경비를 맡고 산격4동 자율방범대원은 오후 9시부터 11시 30분까지 도청 내부 순찰을 지원한다. 산격4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청사 내부를 점검해 어두운 곳에 방범등을 설치하고 CCTV도 추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도청 터를 어떤 용도로 활용할지 하루빨리 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체육관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도청에 어느 기관이 올지 서둘러 결정하는 것이 주변 주민과 상인을 살리는 길이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고통은 커질 것이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도청 이전 후 주변 지역의 슬럼화를 우려해 시청 별관 이전을 신속히 진행하고 있다"며 "3월 1일부터 대구시가 청사를 인계받아 안전 진단과 내부 수리를 거쳐 6월 중 이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