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어느 봄날 울릉도 도동. 우산국민학교(현 울릉초등학교) 운동장 주변은 수업을 마친 수백 명의 학생으로 빼곡했다. 아이들은 고사리손으로 모래와 자갈을 자루에 담았다.
그 틈에 2학년 이정호 군도 있었다. 정호는 모래를 자루에 채워 건물 신축현장으로 날랐다. 무게는 8세 아이가 감당하기엔 벅찼다. 200여m밖에 안 되는 거리였지만 걷다 쉬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그러나 '선생님이 왜 이런 걸 시킬까'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동네 형과 누나, 어른들 모두 참여한 일이었기에. 올해로 48세가 된 이정호 씨는 "공사현장까지 자루를 가져다 놔야 집으로 갈 수 있었다. 이런 일과는 한 달 이상 계속됐다"고 했다.
울릉학생체육관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울릉학생체육관은 울릉 주민의 상징적 장소다.
울릉군에 따르면 1975년 김만수 씨 등 68명의 주민 성금으로 부지를 매입하고 인근 지역 학생을 포함해 연인원 1만여 명이 노력봉사에 참여해 1976년 7월 준공했다. 이후 40년간 각종 체육활동과 문화행사에 활용됐고 1997년엔 전국 규모 탁구대회도 치렀다.
준공 당시 이름은 울릉군체육관이었다. 1991년 울릉학생체육관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소유권도 울릉군에서 경상북도교육청으로 넘어갔다.
울릉군은 최근 울릉학생체육관을 돌려받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시설이 노후화돼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지만 도교육청은 건물 보수나 신축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울릉군은 체육관을 무상으로 넘겨받은 뒤 지하에 대규모 주차시설을 갖춘 종합체육시설을 지어 체육기반 시설을 확충하고 도동 지역 주차난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도동의 주차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울릉군 전체 차량 4천700여 대 가운데 34%인 1천600여 대가 이곳에 모여 있다. 행정'교통 중심지인 만큼 유입되는 외부 차량도 상당수다. 반면 도동엔 사설주차장이 한 곳도 없는 데다 공설주차장 규모도 200대가 채 안 된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울릉군의 요청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당초 울릉군은 부지를 사들이겠다는 의사를 밝혀오다 최근 입장을 바꿨다. 무상 양여는 어렵다"고 했다.
해당 부지는 공시지가만 11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1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시설을 신축하는 건 한 해 예산 규모가 1천500억원 수준인 울릉군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다. 울릉군 관계자는 "부지 매입 비용도 부담이지만, 무엇보다 무상으로 넘겨준 것을 다시 사들인다는 데 대해 주민들의 반발이 커 무상 양여로 가닥을 잡은 것"이라고 했다.
주민들은 이영우 경북도교육감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이 교육감은 1987년부터 4년간 울릉중학교 태하분교 교사로 근무한 인연이 있다. 한 주민은 "이 교육감이 재직 중인 지금이 적기라는 게 지역 여론이다. 울릉도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주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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