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사만어] 가상현실의 명암

미국 영화 '소셜 네트워크'는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성공담을 그렸다. 하버드대 재학생인 저커버그는 천재적인 인물이지만 사람들과 사귀는 데는 불편함을 느끼는 괴짜이다. 그는 마침내 수억 명의 지구인들이 소통할 수 있는 페이스북을 설립, 대성공을 거두지만 정작 자신은 소통에 서툴러 주위 사람들이 떠남으로써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저커버그의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라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이다.

저커버그가 최근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기조 연설자로 등장해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은 차세대 플랫폼이며 스마트폰의 미래는 가상현실에 달렸다"라고 말했다. 이 행사에 선보인 삼성 갤럭시S7과 갤럭시S7엣지, 기어RV, LG의 360VR 등이 가상현실을 구현함으로써 소비 절벽에 부딪힌 스마트폰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체험자가 속한 시공간과 다른 3차원의 시공간이나 허구의 상황을 컴퓨터 등 특수 기기를 통해 실제처럼 경험하는 세상이 보편적으로 열리게 된다면 끝없이 발전하는 과학기술의 또 하나의 개가가 될 것이다.

가상현실 기술은 1950년대부터 연구가 시작됐고 1980년대에 가상현실 고글 등이 개발됐다. 2003년에는 '가상현실'이라는 용어를 대중적으로 퍼뜨린 미국의 재런 래니어가 가상현실 시스템인 '세컨드 라이프'를 내놓아 한동안 성공의 문턱에 올라서기도 했다. 가상현실 기술은 이미 비행 시뮬레이션, 3D와 4D 영화 등에 적용되고 있다.

업계의 전문가들은 가상현실 기술이 스마트폰과 결합한다면 과거의 실패를 떨치고 성공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60도 카메라를 통해 영상을 제작하고 놀이기구를 타지 않고도 탄 것처럼 느끼고 외국에 가지 않고도 유명 관광지를 볼 수 있다면 놀라운 일이 될 것이다. 환자는 가상현실을 통해 고통을 느끼지 않고 치료받을 수도 있다. 게임, 스포츠, 레저, 의료 등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

그러나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을 수밖에 없다. 가상현실에서의 성행위 등 비윤리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가상현실에 파묻혀 실제 현실에서의 부적응 현상이 더 커질 수 있다. 이미 스마트폰과 게임 중독 등으로 대화 단절, 정서 황폐화, 현실 도피 등의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등이 만든 세상은 놀랍지만, 그저 사람들을 맹목적으로 이끌기만 했다. 윤리 가치가 결여되고 뇌 사용을 억제하는 기술 개발은 그래서 음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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