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책주의란 이혼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현재 우리나라 판례가 따르고 있는 이론이다. 판례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혼인제도가 요구하는 도덕성에 배치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파탄주의, 즉 부부당사자의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혼인을 도저히 계속할 수 없는 혼인관계 파탄의 객관적 사정이 있다면 이혼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와 유사한 법제를 가지고 있는 여러나라의 입법례가 유책주의에서 파탄주의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 재판부는 다른 나라의 경우, 재판상 이혼만을 인정하고 있을 뿐 협의상 이혼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므로 (상대방을 설득하여 이혼 할 수 있는 방도가 없기 때문에)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도 허용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협의상 이혼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유책배우자로 하여금 상대방에 대하여 용서를 구하고 설득하여 이혼하게 함으로써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을 보호할 여지를 두고 있다.
또한 파탄주의의 한계나 기준, 그리고 이혼 후 상대방에 대한 부양적 책임 등에 관해 명확히 법률로 정해진 다른 나라와는 달리, 현재 우리나라는 이런 입법적 조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파탄주의를 취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널리 인정하는 경우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희생될 위험이 크다.
특히 현실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사실혼에 가까운 불륜관계이다. 파탄주의를 인정하는 다른 나라의 경우 간통죄를 폐지하는 대신 중혼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중혼관계에 처하게 된 법률상 배우자의 축출이혼을 방지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중혼에 대한 형벌조항으로 기능하던 간통죄가 2015.02.26 위헌결정에 의하여 폐지되었기 때문에
현재 이에 대한 아무런 제재조치 없이 파탄주의를 도입한다면 결과적으로 중혼을 인정하게 될 위험이 있다.
조금씩 인정되고 있는 예외적 파탄주의.
하지만 예외적으로 파탄주의가 적용되는 경우가 있다. 지난 해 12월 8년째 투병하는 아내를 돌보지 않은 남편이 낸 이혼 청구를 법원이 받아들였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항소 1부는 남편 A (54세)씨가 부인을 상대로 낸 이혼소송에서 청구를 기각한 1심과 달리 이혼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결혼 후 친정과의 관계, 남편의 음주 등으로 부부는 잦은 갈등을 빚어오다 2008년 아내 B (52)씨가 뇌출혈로 쓰러진 후 별거생활을 했고 A씨는 아내를 간병하거나 병원비를 부담하지 않았으며, 이후 B씨는 친정 가족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였다.
2013년 A씨는 아내에 B씨에게 일방적으로 이혼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재판부는 "보호자로서 아내를 돌본 흔적이 전혀 없다"며 A씨를 유책배우자로 보고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2심은 "혼인생활 파탄의 책임이 이혼 청구를 배척할 정도로 남지 않았으면 예외적으로 이혼을 허용할 수 있다" 는 대법원 판결을 인용해 이혼을 허용하였다. 즉, 혼인 생활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법무법인 태일의 박설아 변호사는 "대법원 2015.09.15.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혼인파탄 당시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과 같이,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 라고 판시하고 있다." 라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 우리 판례가 유책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혼인관계가 파탄되었음에도 유책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했단 사정만으로 일률적으로 이혼청구를 배척하는 것은 더 이상 이혼을 둘러싼 갈등해소에 합리적 해결방안이 아니라는 의견이 늘고 있으며 최근 일부 파탄주의를 인정하는 판례들이 이런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하였다.
이어 박설아 변호사는 "하지만 여러 사정에 의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한다 하더라도 혼인관계의 파탄에 책임이 없는 상대방에 대한 부양적 책임, 즉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나 실질적인 손해배상 등에 관한 법률을 마련하고 배우자가 이혼으로 인한 불이익을 입지 않도록 보호 및 배려할 수 있는 조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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