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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황사 뒷북 예보, 업체보다 20시간 늦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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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말 전국을 뒤덮은 미세먼지와 황사를 국립환경과학원과 기상청이 제때 예보하지 못해 빈축을 사고 있다.

11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첫 황사 예보는 9일 오후 1시 10분에 나왔다. 기상청은 "현재, 일부 남부지방에는 황사가 나타나는 곳이 있습니다"라며 "지난 6, 7일 중국 북부지방에서 발원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미세먼지 농도는 광주광역시 208㎍/㎥, 군산 201㎍/㎥, 안동 195㎍/㎥, 진도군 186㎍/㎥, 추풍령 173㎍/㎥ 등 남부 지방에서 이미 '매우 나쁨'(150㎍/㎥ 초과) 수준을 넘어선 시점이었다. 이날 오전부터 황사와 안개가 섞이면서 미세먼지 농도를 급격하게 끌어올리고 있었지만 기상청의 황사 예보는 '실시간'으로 오후에 나왔다.

반면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는 8일 오후 5시 발표한 통보문에서 "중국 만주지역에서 발원한 옅은 황사가 우리나라로 점차 유입되면서 영향을 받아 전국이 미세먼지 및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상태를 보이겠다"고 9일 날씨를 예보했다. 기상청에서 자료를 받는 민간업체의 황사예보가 기상청보다 20시간 가까이 빨랐던 셈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황사가 1천500m 상공에서 바람을 타고 지나가 국내에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했는데 대기가 안정되면서 먼지가 낙하했다"고 해명했다. 기상청은 6, 7일 중국에서 황사가 발원한 것을 파악하고도 대기 흐름상 영향이 없을 것으로 안일하게 판단했는데 주말 나들이에 나섰던 시민들만 봉변을 당했다.

기상청은 황사가 영향을 미치는 시점도 첫 발표 때는 '10일 아침'까지로 했다가 10일 오전 5시에는 '오전'으로 바꿨고 오전 11시 10분에는 '오후'로 다시 바꾸는 등 황사 지속 시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자연발생한 황사는 기상청이, 인공 오염물질인 미세먼지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 예보한다는 부처 간 칸막이도 효율적인 대기질 예보 시스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환경부는 2014년 1월 겨울철 미세먼지가 고농도로 유지되자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두 기관이 나눠 발표하던 예보문을 기상청이 통합 발표하는 등 협업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2년여가 지나도록 바뀐 것은 기상청 내에 국립환경과학원의 미세먼지 예보 관련 사무실이 있다는 점뿐 실질적인 협업은 안 되고 있다.

민간기상업체는 이미 황사와 미세먼지를 종합해 예보문을 내놓은 상태였다. 더욱이 과학원은 같은 시간 발표한 10일 예보에서 "수도권의 경우 오전까지 다소 농도가 높다가 오후 들어 점차 대체로 청정한 대기상태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오보를 냈다. 10일은 수도권은 물론 전국이 온종일 짙은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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