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하고 있는 공연장은 매달 '문화가 있는 날' 정기공연을 마련한다. 클래식, 국악, 뮤지컬 갈라, 퓨전 국악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인다. 문화예술 저변 확대를 위해 저렴한 관람료(1천원)로 공연 관람의 문턱을 낮춰 운영하고 있는데, 특이한 점은 다양한 관객층이 참여하는 가운데 유독 어린아이들의 손을 잡고 방문하는 관객의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이유는 단순한 것 같다. '클래식 음악이 아이들의 정서 순화와 창의력 계발에 좋다'는 풍문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막연한 풍문이 아니다. 실제로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 아이들의 두뇌 자극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미국 의학계의 연구 결과에 근거한 것이다. 이를 '모차르트 효과'라고 한다.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중 2악장 안단테'는 공간지각력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고,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중 2악장 아다지오'는 지능 향상에,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뮤직'은 아이들의 두뇌 자극에 효과가 있는 곡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 때문에 음악이, 그것도 모차르트의 음악이 아이들의 뇌를 자극하는 것인지는 설명할 수 없다. 다만, 한 TV 방송에서 특정 음악을 들려줬더니 젖소의 우유 생산량이 늘어나고 식물의 생육이 좋아진다고 한 걸 보면, 분명 어떤 효과가 있기는 한 것 같다.
클래식 음악은 어렵고 복잡해서 대중화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들 한다. 물론 전공자인 나도 모든 클래식 음악을 이해할 수 없으니 맞는 말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어려운 클래식을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는 '해설이 있는 클래식' 류의 공연이 유행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선 '금난새의 해설이 있는 음악회'가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고, 해외에서도 같은 사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해설이 있는 음악회는 원래 한산한 클래식 공연장의 활성화를 위한 관객 개발 방안이며, 관객을 향후 클래식 애호가로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도 클래식 공연장은 관객 채우기가 만만치가 않다. 여전히 클래식은 어렵고 설명이 필요한 장르인가 보다.
음악의 전체를 꼭 이해하지 못해도 크게 상관은 없는데, 사람들은 막연한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연주자들이 작곡자의 의도를 최대한 이해하고 연주하고 있으니 그건 연주자의 몫으로 돌리고 관람자는 단지 즐기면 되는데 말이다. 음악은 선동하는 힘, 용기를 내게 하는 힘, 위로하고 치유하는 힘과 같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품고 있다. 그것은 곧 사람의 이성이 아닌 감성에 호소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음악은 학문이 아니다. 또 모든 걸 다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왜냐하면 음악은 듣고 즐기면 되는 그런 것이고, 그런 와중에 우리는 이미 치유받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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