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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첫 울음·할매 할배 웃음 동시에 터지는 경북]<5·끝>다문화가족 아이들을 사랑하자

우리 사회 '미래의 기둥' 다문화자녀 1만2천 명 편견없이 키워야죠

2013년 9월 24일 상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3년 9월 24일 상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3 경북 다문화가족 어울림 한마당행사'에서 영천시에 거주하는 결혼이민여성들이 베트남 전통 모자인 '논'에 국기를 부착한 채 춤을 추고 있다. 매일신문 DB
지난 1월 20일 오전 11시 경북도청 제1회의실에서 김관용 경상북도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경북도는 경북도교육청, 경북다문화가족지원센터, 삼성전자 스마트시티와
지난 1월 20일 오전 11시 경북도청 제1회의실에서 김관용 경상북도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경북도는 경북도교육청, 경북다문화가족지원센터, 삼성전자 스마트시티와 '결혼이민여성 이중언어 강사 양성 일자리 창출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경북도는 이를 통해 다문화가정이 더욱 안정적으로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일신문 DB
경북도와 경주시, 경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매일신문사가 주최한
경북도와 경주시, 경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매일신문사가 주최한 '2015 경북도 다문화가족 어울림 한마당'. 개막 공연에 나선 경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다사녀' 회원들이 '독도는 우리땅' 플래시몹을 펼치고 있다. 매일신문 DB

아기 울음소리를 듣기 힘든 심각한 저출산 사회가 닥쳤지만 아직도 핏줄, 피부색 따지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이미 우리나라 가정의 큰 축으로 등장한 다문화가족은 물론, 한부모, 미혼모'부, 비혼동거, 재혼 및 입양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늘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포용력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결국 저출산 극복을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모든 아기를 편견없이 바라볼 수 있는 사회의 기초를 닦아야한다는 목소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다문화가족 등 다양한 가정 형태를 인정하고 이를 통해 많은 아기가 태어나고 훌륭하게 자랄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제공해주자는 것. 이러한 사회적 토양이 만들어져야 저출산 극복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하고 있다.

◆훌륭한 이웃, 다문화가족

1993년 우리나라로 시집온 김석자(중국) 씨. '이주여성'이라는 글자 자체가 낯설던 시절, 그는 우리나라에 왔지만 2012년 이주여성 최초로 경북 후계농업경영인으로 선정되는 등 농업인으로서 성공을 거뒀다.

소 22마리로 시작했던 살림은 180마리로 늘었고 딸기 하우스도 자리를 잡았다. 집도 새로 지었다. '잘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김천시 생활개선회원으로도 활동했고 회원이 1만3천여 명에 이르는 생활개선경북도연합회 다문화 부회장으로도 위촉됐었다.

농업인으로서 열심히 살아오면서, 부농이란 소리도 이젠 듣게 됐고 자식 셋을 낳아 잘 키워냈다. 군대에 간 큰아들, 대학생 둘째 아들, 중학생 막내아들까지 3형제를 뒀다. 대한민국 농업 현장을 지키면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져갈 기둥들까지 안겨준 것이다.

사회봉사 활동에도 열심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중국어를 가르치기도 했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웃음치료사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지금도 새벽 4시 30분이면 딸기 하우스로 가서 꼬박 5시간을 쪼그려 앉아 작업하는 김 씨. 모든 일에 열심인 그는 다문화가족의 성공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다문화가정은 우리 사회 구성원

성공한 경북 농업인 김석자 씨처럼 다문화가족은 시나브로 대한민국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2007년 33만 명이었던 다문화가족 숫자가 2010년에는 56만 명으로, 2014년에는 80만 명으로 증가했다. 이들 가정에서 태어난 뒤 배움터에 들어간 학생 숫자도 2013년 5만5천780명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8만2천536명으로 불었다. 이제 다문화가족의 자녀들이 우리 사회의 훌륭한 인재로 자라나고 있는 것은 물론, 국방을 담당하는 병역 자원으로까지 성장해가고 있는 것이다.

경북도로 시집온 결혼이주민도 2006년 2천834명에서 지난해에는 1만3천45명으로 4.6배나 늘었다. 같은 기간 다문화자녀도 1천573명에서 1만2천712명으로 8배나 증가했다.

다문화가족이 우리 사회의 한 축을 담당하기 시작했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포용력은 아직도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이 대체적 시각이다.

여성가족부 조사에서 결혼 이민자 중 41.3%가 사회적 차별을 경험했다는 결과치가 있었다. 아직도 절반 가까운 다문화 이웃들이 우리 사회의 포용력을 아쉬워하고 있고, 심지어 마음의 상처까지 입고 있다는 현실을 잘 보여주는 측정치다.

이런 상황을 아는 터라 중앙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중앙정부는 다문화가족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 확대를 위해 ▷전국 다문화가족지원센터 217곳에서 가족통합교육, 가족상담, 취업연계, 통번역, 자조모임 육성 등 종합서비스 제공 ▷한국어 교육 시행 ▷다문화 유치원, 예비학교, 대학생 멘토링 등 다문화 학생의 학교급별, 상황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지원도 했다. 그러나 아직 만족할만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보는 이는 많지 않다.

◆다문화 포용 1번지 경상북도

이런 상황에서 경북도는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다문화 정책을 만들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특하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그러하지만 다른 시'도보다 정책 시행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 외부에서 보는 일관된 평가다. 다문화가족의 안정은 출산율 증가 등 미래의 경북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시초라고 보고 있기에 경북도는 다양한 다문화 정책을 펴고 있다.

경북도는 올초 삼성전자와 손잡고 1만여 명이 넘는 결혼 이민자들을 이중언어 강사로 키우겠다는계획을 내놨다. 올초에는 경북도교육청, 경북다문화가족지원센터, 삼성전자 스마트시티(구미사업장)와 '결혼이민여성 이중언어 강사 양성 일자리 창출을 위한 협약'도 맺었다. 결혼이민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사회활동 경쟁력을 키워주고 이들의 강점을 활용, 지역 내에서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이를 통해 다문화가족을 더욱 안정시키겠다는 것.

협약 내용에 따르면 경북도는 결혼이민여성 이중언어 강사 일자리 양성연계사업을 운영하고, 경북도교육청은 이들의 강사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또 삼성전자는 필요한 업무협력 및 사업비 지원을, 경북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양성 교육 및 사업운영'사후관리를 돕는다.

교육을 수료한 결혼이민여성들은 모국어를 초등학교 방과 후 교실에서 지도한다.

선발된 베트남 출신 한 여성(33)은 "한국에 시집와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라서 주위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교육을 수료하고 나면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어 매우 기쁘다"며 "더욱 열심히 노력해 학교에서는 존경받는 선생님, 우리 아이들에게는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인내력 있는 포용 정책이 필요

경북도는 다문화청소년 나라사랑 체험 캠프를 통해 다문화 청소년들이 진정한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길을 터준다. 올해는 다음 달 11일부터 사흘 동안 도내 다문화가족 자녀 100명이 참가한 가운데 육군3사관학교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참가자들은 병영 체험, 서바이벌 게임, 호국 유적지 답사 등을 통해 대한민국이 자신들의 나라임을 깨닫게 된다.

오는 10월에는 다문화가족 자녀 이중언어대회를 연다. 다문화가족 자녀들이 우리말과 엄마 나라말을 모두 구사할 수 있는 잠재력을 활용, 이중언어 역량을 키워보겠다는 것.

다문화가족 자녀들의 장점을 활용한 글로벌 인재육성 지원사업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1월 구미선산청소년수련관에서 51명의 중국'베트남 다문화가족 자녀(초교 3학년~중학교 2학년)를 초청, 국내에서의 이중언어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중언어에 대한 집중 교육을 한 것은 물론, 정체성 및 자존감 향상 프로그램도 지원했다.

오는 8월에는 해외에서 이중언어 연수 프로그램을 한다. 해외 협력 대학을 활용하는데 중국 연변대학교로 간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다문화 정책은 경북의 미래를 키우는 것"이라며 "조금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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