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수서 무궁화호 탈선 9명 사상…"후진국형 人災"

22일 오전 3시 41분께 전남 여수시 율촌역 인근에서 운행 중이던 무궁화호 열차가 선로를 벗어나 기관사 1명이 숨지고 승객 8명이 다쳤다.연합뉴스
22일 오전 3시 41분께 전남 여수시 율촌역 인근에서 운행 중이던 무궁화호 열차가 선로를 벗어나 기관사 1명이 숨지고 승객 8명이 다쳤다.연합뉴스

 전남 여수에서 27명이 탑승한 무궁화호 열차가 탈선해 기관사 1명이 숨지고 승객 8명이 부상했다.

 기관차와 객차 4량이 탈선했고,전라선 순천역과 여수엑스포역 구간의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코레일은 복구에 최장 20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밤샘 복구 작업을 거쳐 23일 첫 열차부터 정상 운행토록 할 예정이다.

 이번 사고는 선로 변경 구간에서 감속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 전형적인인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새벽 시간이어서 승객이 많지 않았고 대부분 충격이 덜한 뒷칸에 타고 있어 사고 규모에 비해 다행히 인명 피해가 크지는 않았지만 자칫 초대형 참사가 될뻔했다.

 한달만에 또다시 열차 탈선 사고가 나면서 코레일의 안전 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 새벽 시간 기관차·객차 4량 탈선…순천∼엑스포역 운행 중단22일 오전 3시 41분께 전남 여수시 율촌면 월산리 율촌역 인근에서 운행 중이던무궁화호 1517호가 선로를 벗어났다.

 전체 9량(기관차 포함) 가운데 5량이 탈선했으며,이 가운데 기관차는 전복됐고객차 2량은 전도됐다.

 순식간에 발생한 사고로 객차가 수십미터를 쓸려가면서 맨 앞부분 기관차는 선로 밖으로 튕겨져나가 전차선 기둥을 잇달아 들이받고 선로 밖으로 나뒹굴었다.

 전차선 2개가 끊어지면서 열차와 철길 위를 덮쳤고,객차가 선로를 벗어나 45도로 기운 채 선로 바깥으로 밀려났다.

 이 사고로 기관사 양모(53)씨가 숨지고 부기관사 정모(55)씨와 승객 7명이 부상했다.

 부상자들은 성가롤로병원 등 인근 병원 3곳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고 이 가운데 6명은 치료를 마치고 곧바로 귀가했다.

 열차에는 승객 22명,기관사 2명,승무원 3명 등 총 27명이 탑승했다.

 사고 열차는 전날 오후 10시 45분께 서울 용산역을 출발,여수엑스포역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하행선(용산∼엑스포역)으로 운행하는 이 열차는 선로 기반을 다지기 위한 궤도자갈 교환 작업(순천역∼율촌역) 때문에 이 구간은 상행선으로 운행해야 했다.

 하행선으로 운행하다 순천역에서 상행선으로 바뀌고,다시 율촌역에서 하행선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날 사고로 순천역과 여수엑스포역 구간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코레일은 탈선하지 않은 객차를 순천역으로 옮기고 이날 오후 10시까지 전차선을 철거한 뒤 상행선 전차선로를 복구할 계획이다.

 하행선 전차선로를 23일 오전 5시까지 복구하고 첫 열차부터 운행을 재개할 방침이다.

 ◇ 선로변경 서행 구간서 시속 127㎞ 과속으로 탈선사고 열차는 순천역에 도착했을 때 관제실을 통해 순천역과 성산역 구간에서 선로 보수가 진행 중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따라 순천역에서 상행선으로 선로를 바꿨고,순천역에서 10여㎞ 떨어진 공사 현장을 지나 율촌역에서 다시 하행선으로 갈아타야 했다.

 열차는 율촌역에서 다시 속도를 시속 45㎞ 이하로 줄이고 하행선으로 갈아타야 했으나 127㎞로 달리다가 탈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곡선 구간을 지나면서 탈선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광주지방철도경찰대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선로 변경 구간에서 감속 운행규정을 지키지 않아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부기관사와 관제사를 상대로 관제 지시 및 이행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블랙박스 역할을 하는 열차운행정보장치와 무전기록을 분석,관제사가 관제 지시를 잘못했는지,기관사가 지시를 잘못 이행했는지 여부를 가려낼 방침이다.

 또 순천역에서부터 부기관사가 교대 운전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사실 관계 확인과 위법성 여부를 조사 중이다.

 ◇ 사고 규모에도 피해 적어…승객들 차분히 탈출승객들은 날카로운 파편이 박힌 창문이 아닌 출입문을 통해 객차를 빠져나왔다.

 차분하게 열차를 탈출한 승객들은 선로를 벗어나 안전지대에 모여 119구조대가도착하기를 기다렸고,그 가운데 부상이 심한 7명만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부기관사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숨진 기관사의 시신은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객차에 충격이 이어지고 심하게 흔들리며 수십 초간 200m까지 밀릴 정도로 큰 사고였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크지 않았다.

 승객이 적은 새벽 시간 사고가 났고 승객들이 주로 탈선하지 않은 뒤쪽 객차에 많이 타고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뒷 객차가 앞차를 잇따라 충격하는 바람에 맨 앞의 기관차에 가장 큰 충격이 가해졌고 사고 현장이 직선 구간이라 객차가 선로를 따라 밀려가면서 충격이 줄어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 한 달 만에 또 열차 탈선 '비상'지난달 11일 경부선 신탄진역 부근에서 화물열차 탈선사고가 난 지 한 달여 만에 또다시 무궁화호 탈선 사고가 발생했다.

 잇따른 탈선사고가 전임 최연혜 사장이 새누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사퇴한 시기에 발생하면서 최고경영자 공백에 따른 코레일 조직 전체의 기강해이가 사고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역시 코레일에 대한 관리 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점에서 책임을면하기 어렵게 됐다.

 보수공사에 따라 통상적으로 다니던 선로가 아닌 다른 선로로 열차가 옮겨가면서 속도를 줄이지 않아 사고가 났다는 점에서,공사 현장의 기본인 안전관리 매뉴얼만 지켜졌더라도 사고를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신탄진역 화물차 탈선사고도 코레일 소유가 아닌 개인 화차의 바퀴가 지름이 작고 약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 코레일의 안전관리 체계에 허점을 드러냈다.

 두 탈선사고 모두 현장 안전관리 소홀로 발생했지만 이들 사고가 발생한 시기가 코레일 사장의 공백기라는 점이 더욱 큰 문제로 지적된다.

 코레일 관계자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안전관리에 더욱 힘을 쏟아 앞으로는 이런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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