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문제는 이제 가해기업이 피해자에게 돈 몇 푼 더 주고 덜 주는 문제가 아니라 전 국민적 재난이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문제입니다. 기업이 사람 목숨 갖고 장난 못 치도록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돼야 합니다."
옥시 레킷벤키저 등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싸워온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 가족모임(가피모) 대표는 장기간 지속된 가습기 살균제 문제는 가해기업과 피해자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적 문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2일 가진 인터뷰에서 강 대표는 먼저 "옥시의 사과는 진정성이 없는 '사과 코스프레(흉내)'"라고 지적했다. 그는 5년여 동안 복지부동이던 옥시가 갑자기 사과 코스프레를 하는 것은 검찰 수사와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앞두고 상황을 모면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 대표는 이어 가습기 살균제 문제는 '안방의 세월호 사건'이라고 비유하면서 "세월호처럼 특정 지점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일어난 전 국민 테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기업보다도 더 근본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대표는 "2011년 정부가 원인 미상 폐질환의 원인은 가습기 살균제라고 발표만 해놓고 피해자 대책에 대해서는 손을 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19대 국회가 결의안을 마련하는 등 정부를 압박하자 그제야 정부는 환경보건법 시행령에 간단한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등 행동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는 국가가 나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전말을 확인하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까지 찾아 구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7명 피해자 중 14명이 사망해 사망률이 가장 높은 제품 '세퓨'를 인터넷을 보고 만들었다는 말에 정말 기가 막혔다"며 "대통령 직속이든 국무총리 직속이든 진상조사위를 꾸려야 하고, 정부가 안 하면 국회라도 청문회를 열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밝혀야 한다"고 여러 차례 힘줘 말했다.
강 대표는 "국민이 바라는 것은 파렴치한 돈벌이 기업에 철퇴를 가하는 것이고 기업의 윤리를 바로 세워 국민과 소비자의 안전을 중심으로 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가피모는 3일 서울대와 호서대를 방문해 옥시 연구보고서를 작성한 교수들을 처벌하라는 내용의 항의서한문을 전달했다.
이들은 "억울한 피해를 당한 피해자 편에 서서 전문성과 학문의 양심을 써야 할 교수가 기업의 편에서 연구를 대행하고 잘못한 행태를 묵인했다"며 "대학 차원에서 윤리위원회나 인사위원회를 열어 진상을 파악하고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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